골프연습장 몰래 만들어 대구구치소 10년째 '티샷'

수성구청 승인없이 운영…구치소 "자진 철거 준비"

대구구치소 본관 뒤쪽에 조성된 골프연습장. 출입구가 잠겨 있다. 전창훈 기자

대구구치소가 불법으로 골프연습장을 운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구구치소는 10년 전부터 본관 뒤쪽에 600㎡ 규모의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구치소에 따르면 이 골프연습장은 직원 체력 단련용으로 타석이 4개이며, 철탑 높이가 10~15m 정도이다. 최근에는 세월호 침몰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로 인해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구치소 측의 설명이다. 현재 이 골프연습장은 '골프장 출입 금지'라는 푯말과 함께 출입문이 잠겨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골프연습장이 관할 구청(수성구청)의 승인 없이 개발제한구역에 지어진 불법 시설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구치소는 골프연습장 설치에 대해 구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건축법 시행령 118조에 따르면 철탑 높이가 6m 이상 되는 공작물은 신고하게 돼 있다.

이 골프연습장은 구치소 뒤편 야산에 조성돼 있어 외부에서는 쉽게 알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도 구치소가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주민 김모(67) 씨는 "구치소 뒤편에 골프연습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며 "국가기관이 무슨 이유로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성구청은 최근 주민 제보를 받고 사실을 확인한 뒤 구치소 측에 자진 철거를 요청했다. 수성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자진 철거를 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거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구치소는 기자가 처음 취재를 시작할 당시 "골프연습장은 직원뿐 아니라 주민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문제가 없는 시설이다"고 했으나 구청이 사실 확인에 들어가자 입장을 바꿨다.

구치소 관계자는 "구치소 직원 동호회가 운영하고 있는데 한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