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사냥개의 슬픔

입력 2014-05-27 07:37:23

얘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이겨내어야 한다고 보니?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비로소 우리를 사람답게 한다고 생각하니?

사냥꾼이 개 몇 마리를 데리고 숲 속으로 사냥을 갔어.

"자, 여기를 잘 지켜. 내가 토끼를 몰아낼 테니까."

사냥꾼은 개에게 굴 앞을 지키도록 하고는 굴 위를 돌로 두드리기도 하고, 입구에 막대를 집어넣어 휘젓기도 하였어.

그러자 토끼가 굴 밖으로 툭 튀어나왔어.

"잡아라!"

사냥꾼이 고함을 질렀어.

그런데 사냥개는 있는 힘을 다해 쫓았으나 그만 놓치고 말았어.

이것을 보고 있던 양치기 개가 빈정거리며 말했어.

"넌 정말 쓸모가 없군. 토끼 한 마리 제대로 붙잡지 못하다니!"

그러자 사냥개가 변명하듯 말했어.

"넌 사정을 잘 모르는군. 내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달리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야. 나는 그저 먹이나 조금 얻으려고 달리지만 토끼는 목숨을 걸고 달리는 거야."

사냥꾼이 뒤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어.

'옳지. 그 말에 일리가 있어.'

사냥꾼은 사냥개들에게 큰소리로 말했어.

"앞으로는 사냥감을 잡지 못하면 먹이를 전혀 주지 않겠다. 앞으로는 너희들도 목숨을 걸고 달려야 한다."

'뭐라고? 그럼 우리가 굶을 수도 있다는 게 아니냐?'

그날 이후 사냥개들은 열심히 달려야만 하였어.

잡아들이는 토끼의 수도 점점 늘어났어.

사냥꾼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어.

몇 달이 지나자, 또 새로운 문제가 생겼어.

'아니, 왜 토끼의 크기가 자꾸만 작아지는 거야?'

이상하게 생각한 사냥꾼이 개들에게 야단을 쳤어.

"어찌 된 셈이냐? 더 큰 토끼를 잡아오지 못할까!"

그러자 사냥개들이 일제히 짖어대며 대답하였어.

"큰놈들은 너무 빨리 달려서 잡기가 힘들어요. 작은놈들이 잡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어차피 받는 상은 토끼 한 마리에 뼈다귀 하나인데 무엇 때문에 힘들게 큰놈을 잡으려 합니까?"

그 말에 사냥꾼은 고개를 끄덕였어.

"으음, 좋다! 앞으로는 무게에 따라 상을 주겠다. 어떤 토끼를 잡든 간에 잡은 것을 모두 합하여 무게가 더 무거운 쪽에 더 많은 상을 내리겠다."

그러자 다시 사냥개가 잡아오는 토끼의 양은 전보다 불어났어.

사냥꾼은 또 빙긋이 미소를 지었어.

그러나 사냥개들의 표정은 자꾸만 어두워져 갔어.

'앞으로는 또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먹이를 얻을 수 있을까?'

사냥개들은 양치기 개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

그런데 양치기 개들도 사냥개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

'아, 우리도 산에서 사냥하며 달리고 싶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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