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후보들이 이끌어가는 대구시장 선거에 진보정당 소속 젊은 후보 두 사람이 도전장을 냈다. 송영우(40) 통합진보당 대구시장 후보와 이원준(43) 정의당 대구시장 후보는 "말로만 개혁을 외치는 두 정당 후보와 다르다. 이룰 수 없는 공약 대신 서민과 청년의 대변자로서 실현 가능한 복지 대구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두 사람의 각오를 들어봤다.
◇송영우 통합진보당 대구시장 후보…"젊은 피로 대구에 충격파 줄 터"
"조용하지만 울림 있는 선거로 표심을 잡겠습니다."
송영우 통합진보당 대구시장 후보는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최연소다. 그는 "내란 음모 의혹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유권자가 아닌 국가가 정당을 강제로 해산시키려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왜 출마했나
그는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이었다. 정치와 무관했던 삶이 정치 속으로 들어간 순간이었다. 송 후보는 "존경하던 선생님들이 전교조 결성 혐의로 교단에서 쫓겨나갔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내가 모르는 사회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고3이었지만 전교생을 모아 시위를 벌였다"며 회고했다. 시위는 20여 일이나 지속했다. 학교는 부당 징계를 풀었다. 그는 "싸우면 이길 수 있었는데 싸우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이 경험은 학생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금융위기(IMF) 시기 우리 아버지, 어머니처럼 서민은 직장을 잃었다. 더 많이 가진 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노동자. 서민에게 가진 자의 책임이 전가됐다"고 했다. 그는 저항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고, 옥중 출마해 경북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첫 정치 행보는 2006년 지방선거 동구의원 출마였다. 당시 32세. 지방자치의 뿌리를 일구고 싶다는 게 그의 출마의 변이었다. 낙선한 뒤 그는 민주노동당 부위원장으로, 대구청년회 운영위원으로 봉사활동에 열중했다. 2008년 총선 때도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통해 살고 싶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지만 한 번 더 패배의 쓴맛을 봤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그를 압박했던 건 존폐 위기에 놓인 당이었다. 그는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해산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됐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유권자가 정당정치를 심판할 수 있도록 정면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민 정책을 비롯해 대구를 바꿔보겠다는 것. 그게 가장 컸다"고 했다.
◆대표 공약
송 후보의 공약은 서민'청년'여성'교육 분야가 중심이다. 대규모 토건공약이나 대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거대 정당 후보와 다른 점이다. 그는 "대구가 꽉 막혀 있다. 새로운 동력으로 대구를 이끌고 답답한 현실을 뚫어야 한다. 도청 이전터에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일자리 창출 허브 역할을 해줄 곳, 청년문화 육성공간, 청년 거주공간을 확보해 '청년도시 대구'의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송 후보 역시 대구 최대 현안으로 경제살리기를 꼽는다. 시각은 다르다. 송 후보는 "지금까지 노력으로 산업인프라가 확대돼 있고, 기업이 들어올 여건도 조성돼 있다. 선도기업'앵커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에 비해 토종기업, 청년기업 육성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을 살리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시킬 목표로 협동조합 지원 정책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
"신기루 같은 공약을 내세우며 대구를 '제3의 도시', '300만 도시'로 만든다는 공약은 대구를 잘 되게 하는 게 아니다.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권영진'김부겸 후보의 핵심공약을 정면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빨갱이 아닙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해 이석기 국회의원 RO(혁명조직) 결성 등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해산 위기를 맞았다. 그는 "정당은 유권자에게 평가받아야 하는데도 당시 상황은 본선거 등록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로 이어졌다"며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반민주적 발상을 막고, 당에 대한 오해를 풀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송 후보는 "서민'노동자에 다가가 손잡고 도움을 주자 '시위만 하는 빨갱이인 줄 알았는데 우리와 다르지 않다. 당신들도 우리 편이구나'하며 응원하는 시민들도 생겼다"고 했다.
공약 면에선 정의당과 궤를 같이하지만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송 후보는 "한 뿌리에서 나왔지만 기존 틀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 독재에 타협하지 않고 맞서야 한다는 게 우리의 기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의 정치'행정을 "동맥경화증에 걸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젊은 피로 대구 정치에 충격을 던져보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송 후보는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나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여의도에서 정치하신 분들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분들도 아니다"라며 "저는 2004년 당 부위원장을 하면서 10년 이상 지역 영세상인, 청년, 여성, 장애인 등과 소통했다. 누구보다도 서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챙길 적임자"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거대 양당이 번갈아 집권했지만 지역 경제, 저출산, 사교육비, 최저임금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진심을 다해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청년, 여성 등 텃밭을 가꾸는 경제주체를 존중하고 이들의 역량을 키워내 새로운 대구발전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야권이라고 김부겸 후보를 도울 생각은 없다. 맏형 역할 못하고 있는 야당을 대신해 진짜 싸우고, 제대로 연대하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veryday@msnet.co.kr
◇이원준 정의당 대구시장 후보…"기득권 양당체제 뒤흔들어야"
"'투표는 원래 1번 찍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창당 1년 반 정도 지난 정의당이 내놓은 이원준 대구시장 후보는 "기득권 중심의 양당체제를 흔들고자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시 시험 보는데 될 사람만 쳐야합니까"라며 출마 배경과 공약,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왜 출마했나
이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방정부나 중앙정치의 역사는 새누리당이 20, 30년간 독점해왔고, 중앙정치는 60여년간 양당이 기득권을 지켜오는 과정이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게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행된 거나 다름없다"며 출마 배경을 밝혔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어냈지만 성과없이 기득권 정치에 통합되는 모습을 보며 실망이 커졌다고도 했다.
진보정당에 대한 신뢰 회복은 그의 최우선 과제다. 이 후보는 "2012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 등으로 진보정당이 신뢰를 잃었다. 국민들은 진보정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건 도시철도 노조운동을 하면서였다. 그는 2003년 중앙로역 화재 참사 당시 대구도시철도공사에 근무했다. 진상 조사 결과, 취약한 방재시설 관리가 허점으로 드러났다. "당시 하위직 직원 8명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현장 노동자만 살인자라는 말을 들었고, 대구시 공무원이나 도시철도 관리감독자에겐 이렇다 할 처벌이 없었다. 노조가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는 이후 파업을 벌였고, 집회'시위 중 발생한 소음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해고를 당했다고 했다. 이후 이 후보는 민주노총 운수'버스'화물 노조와 함께 활동했다. 그렇게 정치에 발을 들였다.
◆복지'청년'안전에 방점
진보정당답게 복지'청년'안전 공약이 돋보인다. 이 후보는 육아'교육'건강'주거'노후 등의 분야에서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복지 기본선' 공약을 내놨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시했다. 지역 어린이들이 영유아 때부터 한 명의 담당의사로부터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아동주치의제'다. 그는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면 아이들의 병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향한 의지도 버리지 않았다. 학년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언젠가 전학년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외에도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 부양의무제 개선, 경로당 확충 및 어르신 행복건강센터 추진을 약속했다.
청년문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알짜 중소기업을 지원해 문제를 풀고, 불필요한 스펙을 기재하지 않도록 '표준 이력서'를 도입해보겠다고 했다.
안전공약은 세월호 사건으로 필수 공약이 됐다. 지하철 참사를 지켜봤던 이 후보에게 안전은 특별히 중요한 문제다. 이 후보는 "큰 사건을 겪은 유족들의 상실감, 불안감 등은 지속된다. 추모시설을 만들고, 이들을 대구가 끌어안아 지역 사회가 화합'융합하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자만 중요한가요
이 후보에게 새누리당 기반이 견고한 지역에서의 선거운동이 어렵지 않은지 물었다. 이에 "지역민들이 새누리당에 많은 지지 보내지만, 열렬한 새누리당 지지자도 아니면서 1번을 찍고 오는 분들도 많다.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안 될 줄 알면서 왜 나왔나'라는 질문을 받을 때도 많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가 당선자를 가려내는 것 외에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다양한 정책과 이념 논쟁의 장이 될 수도 있고, 훗날 당선자를 견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을 대표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도 많다.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노동자'서민을 대변하는 점에서 진보정당의 지지기반이 겹친다는 점이다. 그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지 않아 지향점이 비슷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좀더 이념지향적이고 남북'통일'민중세력에 대한 틀이 분명한 편이다"며 "정의당은 더 유연하다. 서구의 사회민주주의나 핀란드식 복지사회가 구체적인 모델이다. 국민과 소통하고자 눈높이를 맞춘 것도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스로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을 하지만,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과 지방에서 투트랙 전략을 쓴다. 수도권에선 집권 여당을 심판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 합종연횡 전략과는 다르다. 대구를 비롯한 나머지 지역에선 신생정당의 미래를 알리고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는 대신 새정치민주연합에 차별화를 요구했다. 그는 "민주화'산업화 세력의 화해도 좋지만, 함께 내놓은 토건공약은 이명박정부를 연상케 한다"며 "심지어 친박후보라 불리는 김부겸 후보다. 득표전략에 치중하지 말고 새누리당과 다른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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