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도 혼자였는데 떠날 때도 혼자로구나…늘어나는 1인가족, 그리고 고독사

입력 2014-05-24 08:00:00

갈수록 늘어나는 '나홀로 가구'…대구 65세 이상만도 69,500여 명

'고독사'는 사회에서 버림받고, 가정에서도 버림받은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이다. 이들은 삶도, 죽음도 고독하다. 쓸쓸했던 삶은 그들이 떠난 텅 빈 공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밥을 먹은 흔적조차 없는 주방, 수북이 쌓인 약봉지, 외로움을 간신히 달래주는 가족사진 한 장. 2011년부터 지금까지 대구 곳곳의 고독사 현장을 봐온 '대구유품' 유품정리인 정명현(55) 씨에게서 들은 고독사 현장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처참하고 쓸쓸했다.

◆가족조차 찾지 않는 외로움만 남은 방

가정의 달 5월에 방문해야 하는 고독사 현장은 더 없이 잔인하다. 그는 가장 험했던 현장이라 잊을 수 없는 기억 하나를 들려줬다. 지난해 5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40대 남성 A씨가 자신이 살던 원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A씨의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들어와 소방서에서 문을 부수고 집으로 들어갔다. 안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방 안에는 음식을 시켜먹은 흔적만 가득했어요. 밥을 해 먹은 흔적은 없고 빵, 과자 봉지만 쌓여 있었어요." 정 씨는 인상을 찌푸리고 손을 입으로 막았다. A씨는 거동이 불편했는지 화장실도 가지 못한 듯했다. 그의 주변에는 소변이 담긴 페트병 약 10개가 놓여 있었다.

일주일 전에는 50대 남성 B씨가 집에서 사망한 지 4일 만에 발견됐다. 정 씨는 "B씨의 집안 곳곳에서 딸을 그리워한 흔적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고 말했다. 집안 곳곳에 딸 사진은 물론이고 딸이 정성스레 쓴 메모 한 장까지도 모두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이 챙겨 준 반찬도 냉장고 가득 있었지만 그의 외로움을 달래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B씨의 집에서는 그가 배가 고프면 뜯어 먹었을 것으로 보이는 라면 봉지와 알사탕 봉지가 발견됐다. 정 씨는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집을 찾아왔지만 끝내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딸은 방문 밖에서 한참을 슬퍼했지만 방 안에서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고독을 더하는 가족 간의 갈등

고독사 현장에서는 방을 아무리 뒤져도 연락 가능한 유가족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 씨는 "대부분의 유가족 연락처는 동사무소를 통해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사망한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40대 남성 C씨의 형을 찾은 것도 동사무소를 통해서였다. 정 씨는 유가족을 찾았기에 C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C씨의 형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현장에 가지 못할 것 같다. 방에 걸려 있는 보증금 200만원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 달라"고 말하며 정 씨에게 떠넘겨 버린 것이다. 결국 C씨의 시신은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바로 화장됐다. 정 씨는 "C씨의 형과 C씨가 생전에 연락이 거의 없었고 가족 간의 유대가 끊기면서 마지막 가는 길이 위로받지 못하는 길이 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단 C씨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 씨는 유품정리를 하다 보면 가족들 간의 갈등, 매정한 유족들 때문에 가슴 아픈 순간이 많다고 했다. "쉬쉬하는 분위기는 기본이에요. 어떤 유족들은 '대구유품'이라 적힌 승합차도 현장에 가져오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밤늦게 와 정리해달라는 사람도 있죠. 집값 떨어질까 두려워서 그런 거죠." 이 씨는 손으로 자신이 타고 온 승합차를 가리켰다. 그 승합차에는 '소중한 삶이 깃든 고인의 유품을 유족의 마음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유품을 두고 자식들끼리 싸우는 사례도 빈번하다. 정 씨는 "유품을 전해줄 때 '언니는 냉장고 가져갔잖아! 내가 김치냉장고 가져갈 거야!'라고 싸우는 자매를 보면 고인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1인 가구 점점 늘어날 것

대구 지역의 1인 가구는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2000년 대구시 1인 가구 수는 10만7천913가구로 전체 75만9천351가구의 14%였다. 10년 뒤인 2010년에는 19만2천472가구로 늘어 전체 87만3천934가구의 22%에 달했다. 통계청이 올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의 1인 가구 수는 2035년 32만9천861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체 가구의 34%에 이른다. 65세 이상 홀몸노인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대구시 통계에 따르면 대구시의 홀몸노인 수는 현재 6만9천565명으로 2011년 5만9천413명에서 17% 늘어난 수치다.

대구시는 홀몸노인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는 홀몸노인을 위해 집안일을 도와드리는 단기가사서비스, 응급안전서비스, 취약계층에 급식을 지원하는 도시락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며 "혹한기와 폭염기에 대비해 방문 횟수를 늘려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유품정리사업의 장래성을 보고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정 씨가 사업을 시작하던 2011년만 하더라도 대구에 유품정리업체는 대구유품이 유일했다. 하지만 최근 포털 사이트에 검색된 대구경북지역의 유품정리업체만 7곳에 이른다. 정 씨는 "고독사는 홀몸노인뿐만 아니라 40, 50대 1인 가구들에게도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라도 유품정리업체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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