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받으면 당선 된 줄, 시민 무서운 줄 잘 몰라"

입력 2014-05-23 11:16:59

미도다방·노래교실 실버…"참사 뒷수습 위해 1번"

21일 오후 대구 중구 미도다방. 어르신 6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김모(72) 씨가 먼저 전라도 다녀온 얘기를 꺼냈다. 거기서 만난 또래 주민들이 대구 사람이라는 말만 듣고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다는 것이다. "반박하고픈데 할 말이 없더구먼. 나도 지금껏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찍어줬으니깐 말이지. 이번 시장은 야당후보에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투표소에 들어가서 생각대로 찍을지는 모르겠어. 허허."

권모(72) 씨는 손사래를 쳤다. 절대 '운동권'은 찍지 않겠다고 했다. 부인 김모(69) 씨는 "박 대통령이 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는데 나도 같이 울었잖아. 이번 선거 때 새누리당에 표라도 던져줘야지. 대통령이 너무 불쌍하더라고…." 선거 얘기가 이어지자 윤모(75) 씨는 버럭 화를 냈다. "그 배(세월호)에 정치인을 싹 다 집어넣었어야 했어. 결국 정치를 잘못해서 이 모양이 된 거라니까. 이번 선거에선 시끄러운 유세차량이 안 보여 속은 시원하네."

야당 출신 시장 얘기를 처음 꺼냈던 김 씨도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누군지도 모르는 기초의원을 찍는 게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김 씨는 "달서구에 사는데 구의원이 누군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다.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며 시민 무서운 줄을 모른다"고 혀를 찼다.

다른 노인은 "이 나이가 되면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데….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의 애들이 그렇게 가니까 나라에 환멸이 느껴진다"고 한숨지었다.

21일 오후 대구 중구 동인동 주민센터 노래교실. 50~70대 여성 20여 명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방선거에 대해 묻자 권모(76) 씨가 손가락으로 1번을 가리키며 "새누리당이 잘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힘을 얻고, 세월호 참사도 잘 마무리될 거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곳 노래교실에서 6'4 지방선거에 관한 이야기 대부분은 새누리당으로 귀결됐다. 후보의 됨됨이나 공약'경력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었다. 김모(57) 씨는 "대구는 새누리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까지 잘하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했고, 박모(66) 씨도 "여당 대통령과 함께 손발을 맞춰가며 일할 수 있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파장도 새누리당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고, 오히려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애꿎은 피해를 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한 70대 여성은 "대통령이 눈물까지 흘렸다. 왜 하필 세월호 사고가 박 대통령이 있을 때 터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노래교실이 '새누리당 물결'로 뒤덮여 있는 가운데 한 60대 여성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여기 대부분이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대구에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 이제는 무조건 야당 후보 지지하겠다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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