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듣는 클래식]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입력 2014-05-22 14:00:18

카라얀과 번스타인 이후 최고의 지휘자로 불리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올해 1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00년 위암을 선고받고 병마와 싸우며 이후 더욱 원숙한 음악 세계를 펼쳤다.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물러난 뒤에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모차르트와 같은 연주 단체를 결성, 끝없이 연주를 이어가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는 그가 좀 더 오랫동안 병과 싸워주길 바랐다. 아바도가 떠난 올해 1월 내내 그의 음반을 뒤적였다. 오늘은 그중 프리드리히 굴다(1930~2000)와 녹음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다시 들어본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7곡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중 24번과 더불어 2곡밖에 없는 단조 작품이자 어둡지만 아름다운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알려진 곡이다. 1악장 는 18세기 후반의 유럽을 반영하듯 암울하고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화 에서 어두운 빈의 밤거리 어디선가 "모차르트!" 하고 외치는 비통한 소리와 함께 극적으로 1악장이 울려 퍼지던 장면도 떠오른다. 바순 소리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비극적이고 불안한 징조를 조금씩 내보이고, 뒤이어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선율이 이어진다.

잠시 후 피아노 솔로가 청초하게 흐르고 옅은 슬픔을 흩날리면서 조화롭게 곡 전체를 이끌고 간다. 1악장을 들으면 환희 속에 감춰진 모차르트의 근심, 고통, 억제된 즐거움이 느껴져 그의 심연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듯하다. 1악장 카덴차 전의 코다(악곡을 끝내기 위해 특별히 추가된 끝부분)의 티파니 소리는 약동하며 긴장감을 일으킨다. 2악장 가 이어진다. 쓸데없는 우울감에 빠지지 않고 명징한 터치로 피어오르는 굴다의 피아노 소리가 숨이 멎을 듯 아름답다.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내 마음에 일렁이는 감정을 글로 풀어놓으면서도 곡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어떤 곡에 관해 감상평 몇 글자를 읽기보다는 들어봐야 한다. 수없이 듣다 보면 자신만의 안목이 생길 것이다. '그냥 듣던 음악'이 '공부하며 들어야 하는' 음악이 되고, '이해하는 음악'의 시기를 거쳐 '가슴으로 느끼는' 음악으로 바뀌는 것이다.

의 경우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하늘에서 보낸 연주자' 라는 찬사를 받는 모차르트 스폐셜리스트 클라라 하스킬의 연주가(이고르 마르케비치/클라라 하스킬) 압권이다. 하지만 베토벤 카덴차를 듣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아바도와 굴다의 연주를 자주 듣는다. 날카로운 감각과 부드러움 속에서 뚜렷한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피아니스트로 알려진 굴다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명해석자로 이름이 높다. 1950년대 후반부터 재즈에 흥미를 보이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반을 냈으며 '건반의 테러리스트'라는 칭호도 갖고 있다. 곡을 들으면서 한 음 한 음 깊이 있는 철학에 담아 절묘하게 다듬어가는 굴다와 충실한 악보 해석을 통한 명쾌한 리듬과 선율을 선보이는 아바도의 연주를 독자들도 느껴보길 바란다.

신동애(오디오 동호회 '하이파이클럽' 회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