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사랑과 감사의 달입니다.
1일은 근로자의 날, 5일은 어린이날, 6일 부처님 오신 날, 8일 어버이날 등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 많은 그런 달입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그리고 저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님께 카네이션 하나 달아드리지 못하는 이 현실과, 부모님 또한 이 못난 아들 생일 밥상을 차려주지 못해 눈물을 흘리셨다는 동생의 소식에 가슴이 메어옵니다.
제가 지내고 있는 이곳은 죄를 지어 재판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수용시설이기에 이 모든 것들을 가슴속으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이 교차되는 곳입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부모님께 이 못난 자식의 불효를 어떻게 사죄할까 고민 끝에 매일신문 독자 코너에 응모하여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이곳 구치소는 1천 명가량의 수용자가 재판을 받으며 지내는 곳입니다. 정말 나쁜 사람도 있지만 정말 한순간의 실수로 이곳에 수용 중인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한순간의 실수가 아닌 몇 번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한 사실도 있습니다.
20대에 이곳에 수감되어 30대가 되었고 현재 1년 7개월 지난 시점에도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죄가 있기에 구속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없지 않아 억울한 부분도 있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든 이곳에서든 저에게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구치소에서 최장 기간 재판받고 있는 수용자입니다.
사회에서는 불법적인 범죄행위로 많은 금전을 획득하였고 그 금전을 통해 정말 방탕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많이 있으니 주위에서 쉴 새 없이 저의 옆에서 최고라는 말을 했고 저 자신도 허영심에 빠져 돈이면 다 된다는 그런 고정관념이 박혀 주위의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었었지만 정작 저의 가족은 뒷전이었습니다.
제 주위의 그 많던 사람은 모두 떠나가고 지금 현실은 참으로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루 한 번 10분의 면회시간이 모든 수용자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1년 7개월이 된 시점에 공휴일만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가족들이 면회를 오고 있습니다.
10분을 보기 위해 약 2시간을 저에게 할애하여 이 못난 놈에게 면회를 옵니다. 가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에서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황금만능주의. 저의 과거를 회상해보니 저는 황금만능주의의 삶을 살았지만 정작 저의 가족들은 너무 힘든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간질이라는 지병이 있으십니다. 간질도 여러 종류의 케이스가 있는데 저의 어머님 간질 증상은 희귀한 케이스에 속해서 수십 년간 약을 복용하고 계십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이 있고, 매달 받는 검사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못난 자식은 방탕한 생활을 하며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녔는데 정작 어머님은 근로무능력자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의료급여 혜택에 의존하고 계시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맏며느리시라 1년에 12번이나 되는 제사 음식을 손수 만드시고 제사상만큼은 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항상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의 오른손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제사 음식을 하시다 간질 증상이 오셔서 오른손 손가락 전체에 화상을 입으셔서 엉망진창인 어머님의 손…. 그리고 저의 아버님은 2년 동안 얼굴을 뵙지 못하였습니다. 금년 1월경 모범 수용자로 선정되어 포상으로 가족에게 전화를 할 기회가 생겨 어렵사리 아버님에게 전화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새해의 안부 인사와 어색한 대화 끝에 "아빠가 일부러 면회를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면회 후 너를 데리고 집에 함께 오지 못하는 가슴 아픈 심정에 면회를 가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시며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마쳤습니다.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다시 태어나도 꼭 아버지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내 소중한 동생. 못난 형을 두어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도 형 뒤치다꺼리한다고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는 내 동생아, 형 용서해주라.
항상 강한 모습만 보여주었는데 이 글로써 형의 진솔한 마음 전해본다. 가족은 영어로 패밀리(FAMILY)입니다. 그런데 패밀리라는 단어가 '아빠 엄마 사랑해요'라는 문구의 이니셜이라는 돋보이는 기발함이 때가 때인지라 가슴이 미어지도록 먹먹하게 다가옵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찾아가지 않고, 뜻은 크게 가지되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살아가겠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못난 불효자식을 두 팔 벌려 받아주는 내 소중한 가족들! 사랑합니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 사회에 복귀하여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지금 이 마음가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으로 가슴 아파하시는 부모님들. 비록 부모님 곁을 떠났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꼭 다시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아가 구치소, 교도소라고 하면 다소 거부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 수용자들은 죄를 짓고 자유가 없는 형벌로 모든 가족들에게 불효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영화나 TV에서 보는 그런 곳이 아닌 정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 직원들 또한 수용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교정'교화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은 내 가족이라는 그런 자세로 수용자를 대해주시는 직원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끝으로 자식이라는 이유로 이 못난 불효자식을 용서해주시고 항상 보듬어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는 바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이 못난 불효자식 이제는 꼭 가족만을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소중한 가족!
2014년 5월 8일 못난 불효자식 상욱 올림
송상욱(대구 수성구 대구구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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