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가 현지서 직접 배워온 '이탈리아 정통의 맛'
요즘 커피 전문점만큼 흔한 곳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숫자는 늘었지만 제대로 된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맛보기란 쉽지 않다. '안티카 빌라'는 이탈리아의 분위기와 맛, 느낌을 최대한 되살리려고 노력하는 곳이다. 이탈리아어로 '오래된 집'을 뜻하는 이름에 걸맞게 레스토랑은 앞산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도심을 벗어난 공간이다. 이 같은 정성은 음식에 가장 많이 묻어난다. 주인장은 본가 텃밭에서 각종 야채를 직접 길러 손님상에 올린다. 산이 마주 보이는 '오래된 집'에서 이탈리아 맛과 멋을 느껴봤다.
◆숲 속에 숨은 레스토랑
앞산에 숨어 있는 안티카 빌라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이다. 음식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셰프의 의지가 엿보인다. 안티카 빌라 셰프인 서주형(34) 사장은 이탈리아에서 약 1년간 요리를 배웠다. 원래 서울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서 사장은 유명 레스토랑 리스트를 뽑아서 이탈리아 전 지역을 돌아다녔고, 그의 발길은 중부지방 아씨시(Assisi)에 멈췄다. 그리고 이탈리안 가정식 요리 전문점이었던 한 레스토랑의 문을 무작정 두드렸다. 서 사장은 "돈을 못 받아도 좋으니 숙식만 해결하고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진짜 요리사가 맞는지 일주일간 함께 일해 보고 평가하겠다'고 하더라. 이렇게 해서 이탈리아 현지 요리사들과 함께 먹고 자고 9개월간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점심은 예약제로 최대 세 팀만 받는다. 셰프를 찾아온 손님들을 맛으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소박함 속의 맛과 멋, 와인
레스토랑은 소박하다. 전체 좌석은 30석 남짓하고, 화려한 샹들리에도 없다.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아늑함이 음식 맛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날 손님상에는 샤프란 해물 파에야와 오징어 먹물 리조또, 안심 스테이크가 올라왔다. 파에야는 스페인 쌀 요리다. 새우와 가리비, 홍합, 모시조개 등 해물을 잔뜩 넣고 쌀을 푹 익혀내 건강한 죽 한 그릇을 먹는 기분이다.
오징어 먹물 리조또도 별미다. 이탈리안 고추인 페페론치노와 우리나라 청양고추를 적절히 섞어 매운맛을 냈고, 파마산 치즈를 곁들였다. 오징어 먹물은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100% 진액만 넣는다.
이날 레스토랑을 찾은 대구 중구문화원 김덕영 원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오징어 먹물 리조또, 파스타"라며 "고추가 들어 있어 약간 매콤하지만 두툼한 오징어 살이 잘 익은 마늘, 밥과 함께 들어 있어 씹는 느낌이 좋다"고 평가했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이탈리아의 맛을 느낀다고 말한다. 강진성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교수는 "다른 레스토랑은 한국화된 이탈리안 음식인데 여기는 외국에서 먹는 것과 맛이 비슷하다. 현지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안 요리에 와인이 빠지면 섭섭하다. 매장 한쪽에 투박하게 짜인 나무장에는 와인이 가득 쌓여 있다. 이는 장식용이 아니다. 서 사장의 부인 이순현(33) 씨는 자타공인 '와인 전문가'로 영국의 와인 전문 교육기관인 WSET (Wine & Sprit Education Trust)에서 공부했다.
◆'오너 셰프', 자연에서 재료를 얻다
공간에서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손님의 음식에도 담긴다. 이 씨가 기자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 앞마당으로 이끌었다. 검은색 모종판에 초록 잎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바질 모종이에요. 잎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세요." 손을 코에 대자 상쾌한 민트 향이 났다. 서 사장 부부는 요리에 쓰이는 야채는 직접 농사를 지어 얻는다. 자연과 '직거래'를 하는 셈이다.
서 사장은 셰프인 동시에 농사꾼이다. 그는 "스물세 살 때부터 꾸준히 농사를 지어왔다. 요리하는 사람의 손 같지 않다"며 투박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고등학생 때 태권도 선수였다. 운동을 업으로 하려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고, 그렇게 찾은 길이 요리였다. 운동을 하며 쌓은 끈기와 성실함은 이제 요리에서 빛을 발한다. 매일 농사를 지으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서 사장은 "하루에 한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체력이 안 받쳐주면 요리를 못 한다"며 웃는다.
텃밭은 북구 산격동 본가에 있다. 이곳에서 토마토와 가지부터 이탈리안 특수 야채인 바질과 루꼴라, 파슬리, 빨간 양상추처럼 생긴 라디치오 등을 기른다. 이 씨는 "좋은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 이탈리안 특수 야채는 시장에서 사면 가격도 상당히 비싼데 직접 농사를 지으면 재료값도 절감되고, 손님들도 좋아하시고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먹물 리조또 2만원, 로제크림소스 대게살 파스타 1만8천원, 안심 스테이크 4만원, 시저 샐러드 1만5천원, 홍합찜요리 1만7천원.(부가세 10% 별도)
▷규모: 30석 (단체 예약 가능, 점심은 예약제)
▷주차: 맞은편에 고산골 공영주차장 있음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11시
▷예약: 053)471-3523, 대구 남구 용두1길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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