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옛 소련의 정보기관이었던 KGB는 독일인 스파이 마르쿠스 헤스를 고용했다. 목적은 미국의 군사 기밀을 빼내 오는 것. 헤스는 전통적 의미의 스파이는 아니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캘리포니아 로렌스 버클리연구소의 컴퓨터 시스템이었다. 당시 미 국방성은 이 시스템에 민간용 아파넷(ARPA NET'훗날 인터넷)과 군사용 밀넷(MILNET) 컴퓨터망을 연계해 운영하고 있었다. 헤스는 이 시스템에 루트를 만든 후 약 400대의 미 국방성 컴퓨터에 접근해 정보를 훔쳐 KGB에 팔아넘겼다.
범죄는 이 연구소의 시스템 담당관으로 온 클리포드 스톨에 의해 우연히 밝혀졌다. 시스템의 회계상 에러를 잡아내는 것이 임무였던 스톨은 수상한 해킹의 흔적을 찾아내 덫을 놓았고 여기에 헤스가 걸려들었다.
오늘날의 사이버 스파이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냉전시대 정보전을 미국과 소련이 주도했다면 요즘 사이버 스파이전은 소위 G2(미국과 중국)가 이끌고 있다.
사이버 다툼이 바깥으로 나왔다. 미국 정부가 19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절취 등 6개 혐의로 정식기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하이의 한 건물에서 해킹을 통해 중국 기업 인수전에 나선 코카콜라의 협상 전략을 빼냈고 미국의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도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 FBI가 나서 "중국 정부가 국영 기업에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 대놓고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시도해 왔다"고 중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중국 정부나 군, 그리고 관계자들은 온라인 기업 비밀 절취에 절대 연관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그들이 미국의 해킹 피해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사이버 전은 이미 미국 중앙정보국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겉으로 드러난 미'중 간의 사이버 전에 미국의 기업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혹시나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선 훔치고, 또 훔친다. 잘 훔치는 자가 승자가 되고 빼앗기는 자는 패자가 된다. G2의 다툼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빼앗기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이를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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