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어쩌라고?

입력 2014-05-19 07:32:39

제법 시간이 지난 이야기다. 시설에 원래 계시던 어르신들과는 사뭇 생각이 다른 한 분이 입소를 했다. 지역이 지역인 만큼 시설 입소 어르신들의 정치적 생각은 보수적 성향이 짙다. 그런데 새로 입소한 분은 정반대였다. 당연히 정치토론(?)이 훨씬 격정적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됐다. 보수적인 분들만 계셨을 때는 모든 정치기사가 방송을 타고 나왔을 때 그 반응은 거의 똑같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반대의 상대가 생기고부터는 서로 입장이 첨예해진 것이다.

어르신들 역시 생각이 틀리는 문제에 부딪히면 두 쪽 다 각자의 생각을 굽힘 없이 끝까지 주장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이 하나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어르신들이지만 막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사회생활 속에서 접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 신기했다. 여야 정치인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은 정치적인 입장이 다를 때는 자주 마무리를 막말로 하는 것이 목격된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고마 치우소!'라는 한마디로 끝을 낸다.

특히 요즘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 중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태도가 상대를 향해 '어쩌라고!' 하는 태도가 아닐까. 굳이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뻔뻔스러운 사회'가 도래한 듯해 가증스럽다.

사회학자 칼만하임이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분화 현상의 심화는 정말 보기가 안쓰럽다. 정치적 입장 때문에 사회생활 절반이 양극화되면서 점점 자기주장만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착잡하기까지 하다. 최근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흐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사회를 다 뒤엎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자는 쪽이나 유족들이 마치 벼슬 딴 것처럼 난리라고 주장하는 쪽이나 성숙하지 못한 듯한 모습은 같다.

이즈음서 일제강점기 마지막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가 말한 것으로 전해지는 '조선인들은 평생 상대를 이간질하는 노예근성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장담한 내용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사실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가장 경계하는 부류의 사람이 쉬이 극단화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적인 장소에서 공인이라는 사람들이 너무도 쉬이 막가는 모습을 보이는 흐름을 자주 목격한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 같은 현상을 받아들인다. 굳이 한마디로 표현을 한다면 '튀어야 돋보인다'라는 태도라고나 할까.

비록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이지만 살아온 연륜 속에서 체득한 지혜 때문인지 '어쩌라고?'보다는 '고마 치우소!'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추스를 줄 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시설에서 봉사도 하고 그 지혜도 배워가면 어떨까?

김제완 사회복지법인 연광시니어타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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