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자연의 이치와 지속가능

입력 2014-05-16 11:15:18

우주는 탄생으로부터 지금까지 약 138억 년이 지난 것으로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알고 있다. 우주 생성 초기는 빅뱅이라는 매우 급격한 팽창과 변화의 과정이 있었으며, 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자연이 가지고 있는 이치인 '질서'에 의해서 지금의 우주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변화하는 과정 중에 약 45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되었다. 우주의 탄생과 지구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자연은 조화로운 질서 속에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우리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의 비중은 1이고 대부분의 암석은 비중이 1보다 크다. 따라서 돌은 물보다 무거워 물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우리는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만약 자연계에서 물의 비중이 암석의 비중보다 커서 물 위에 돌이 뜬다면 어떠한 일이 생길 것인지 생각해 보자. 홍수가 나서 물이 흘러가는데 돌들이 물 위에 떠서 흘러가게 된다. 그리고 이 돌들은 바다에 모이게 된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해서 되풀이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는 전부 돌로 덮일 것이다. 또한 돌로 덮인 바다는 더 이상 물이 증발할 수 없게 되어 대기 중으로 수증기 공급은 중단되고 비는 더 이상 오지 않는 환경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지속적으로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은 볼 수가 없을 것이다.

다음 예. 대기는 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낮아진다. 만약 건물 내부에서 위로 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 우리는 차가운 맥주병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온도가 낮아질 때 대기 중에 있던 수증기가 맥주병의 표면에 응결하는 현상이다. 공기 온도가 지금과 같이 위로 갈수록 낮아지지 않고 높아진다면 수증기가 응결되지 않아 지구의 대기에서는 비가 오지 않게 될 것이며 바닷물은 모두 증발하여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식물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부터 물을 공급받아서 살아가는 그런 모습은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조화롭게 움직이는 자연을 볼 수 있는 것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이치와 질서가 매우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잘 이해하여 건축 기술에 적용해 왔다. 현재 대부분의 박물관은 문화재의 보전에 전기를 사용하는 항온'항습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가야산에 위치한 해인사 경내에 있는 장경각의 내부를 보시라. 760여 년 동안 팔만대장경 판이 아무런 인공적인 기기의 도움 없이 오늘날까지 문제없이 보관되고 있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장경각은 산으로 둘러싸인 장소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밖에서 산을 넘어 공기가 들어올 때 습도가 낮아지는 곳을 선정하였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 위는 습도가 높아지는데 장경각은 그 반대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위치뿐만 아니라 경판의 제작 과정에도 충분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갔음이 분명하다. 석굴암은 조성할 때 바닥 밑으로는 차가운 물이 계속해서 흘러가게 해 놓았다. 석불이 있는 공간의 습기를 흐르는 차가운 물에 응결하게 하여 자연적으로 제습되고 배출이 될 수 있는 원리로 만들었다. 두 경우 모두 자연의 힘만으로 그렇게 될 수 있게 만들어 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이치와 질서를 이해하여 자연과 조화롭게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내고 실천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선조들이 사용했던 지혜를 잊고, 눈앞의 이익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다. 만약 우리 사회에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자연의 순환이 멈추어 버리는 것과 같이 우리 사회의 순환도 모두 멈추어 버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와 질서에 의해 삼라만상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것과 같이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잘 순환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지혜롭게 행동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다음 세대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러한 땅, 그러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

이부용/대가대교수·환경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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