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분도 초대전 19∼6월14일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이재효 초대전이 19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이 작가는 나무와 쇠, 숯, 돌과 같은 자연적인 재료를 이용해 고유한 형상의 조각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의 조각 작품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적지 않은 비평가들과 수집가들은 작품의 전모에 놀라움을 표했다. 나무를 자르고, 숯을 다듬고, 쇠못을 달궈 구부려서 만든 각각의 작품들은 전 세계 애호가들의 경탄을 이끌어냈다. 이는 그의 작품이 조각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고전적인 조각의 요소들을 품으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무시하는 듯한 이 작가의 작품은 완결미와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이 덕분에 당시 이 작가에게는 '센세이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때로는 대지 예술 같고, 어떤 것은 가구 같고, 더러는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가의 작품은 호불호 논쟁 속에서 서서히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주류적인 경향과 차별화된 요소를 갖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개념이 중시되면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겉으로 드러난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통해 충분히 관람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작가의 조각 세계를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는 자연과 예술의 관계다. 그의 작품은 산과 들에 있는 재료들을 통해 자연의 속성을 예술로 끌어들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 작가는 자연적인 부분(재료)과 인위적인 부분(작업)의 균형을 맞추는 조정자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복잡한 독해를 요구하는 현대미술의 측면 대신 단순하고 분명한 시각적 이미지가 부각되는 특성을 띠고 있다. 이는 그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친근함을 주는 동시에 뚜렷한 인상으로 남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작가의 작업은 자연을 차용하되 자연의 변형된 형식으로 완성된다. 이런 이유로 이 작가의 작업은 자연의 일부를 예술 공간으로 옮겨 놓았다는 현상학적인 접근만으로 이해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인다. 변형된 자연 속에는 야생성과 함께 한국적이며 토속적인 특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갤러리분도에서 전시를 갖는 이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를 '조각으로 중재된 자연'으로 잡았다. 자연과 예술의 경계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주제다. 나무 둥치를 다듬어 만든 입체 작품을 비롯해 검은 숯에 쇠못을 구부려 박아 완성시킨 입체 및 평면 작품, 한 공간 전부를 점유하는 대형 설치 작품 등 30여 점의 신작들을 선보이는 이번 초대전은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이 작가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 평단에서 작가를 가늠하는 잣대인 작품성과 미술 시장에서 작가를 평가하는 지표인 상업성,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작가를 평가하면 그는 한국 최고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와 비교할 수 있는 작가로는 박선기, 최태훈, 권오상 정도가 꼽힐 뿐이다. 이런 위상을 가진 만큼 이 작가의 조각에 대해서는 칭찬과 비판이 공존한다. 그의 조각에 담긴 미적 의미와 작업 과정에 대한 예찬만큼 '토산품 같아 보이는 형태'와 같은 비난도 그를 따라다닌다. 갤러리분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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