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감압병, 이렇게 걸린다

입력 2014-05-15 14:22:03

혈액 속 수분 부족하면 감압병…잠수 전 수분 보충해야

E씨는 노련한 물질꾼이다. 쌀쌀한 2월 어느 날 동해안으로 물질여행을 갔다. 습관대로 아침 6시까지 술을 먹고 한 시간 후 배를 타고 바다를 즐기러 갔다. 날씨도 춥고 수온도 찬 동해안이라 건식 잠수복을 입었다. 술이 좀 덜 깬 상태에다 갈증도 심했다. 건식 잠수복을 입으면 소변 보는 일이 귀찮아 더러 갈증이 나도 물 마시는 걸 참는 사람이 있다. E씨도 그랬다.

갈증을 참으면 안 된다. 갈증을 참고 물을 안 마시면 혈액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감압병에 잘 걸리는 상태가 된다. 잠수 중간중간에 물을 자주 마셔주어야 한다.

또한 스쿠버 공기통 안의 공기는 공기충전 시 필터링을 강력하게 하기 때문에 수분이 거의 없다. 100% 건조한 공기에 가깝기 때문에 잠수를 하다 보면 자주 목이 마르다.

호흡을 통해 수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고 격한 활동으로 땀도 많이 흘리게 돼 물질꾼은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수분 부족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물을 마시는 것이다. 따라서 소변 보기 귀찮아서 갈증을 참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잠수사는 꼭 물을 챙겨야 한다. 늘 그렇게 잠수해도 별 탈이 없다고 하다 보면 사고가 난다.

E씨 역시 평소처럼 갈증을 참으며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이날도 여느 때와 같이 30m급 포인트를 3회나 물질하고 물속을 나오니 허리와 무릎, 어깨가 몹시 아팠다. 감압병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증상은 매우 심한 경우이다. 레저 물질꾼의 경우 어깨가 심하게 아픈 정도가 일반적인데 E씨는 허리와 무릎, 어깨가 아파 걷지도 못했다. 결국 E씨는 재압실로 이송되었고 치료가 잘돼 회복됐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재압실에서 치료하면 후유증 없이 잘 치료된다.

감압병에 잘 걸리는 경우가 있다. 위 사례에서 보듯 갈증이 난 상태에서 잠수하면 잘 걸린다. 혈액에 수분이 많아야 감압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뚱뚱한 사람은 감압병에 잘 걸린다.

감압병의 원인 기체는 질소인데 지방조직에 더 잘 녹고 배출될 때에도 더 늦게 배출되기 때문이다. 추운 상태에서 잠수하면 더 잘 걸리고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잘 걸린다. 수심 순서에도 영향이 있다. 수심 순서란 하루에 세 번 잠수하는데 10m, 20m, 30m의 세 군데 포인트를 들어갈 경우 깊은 수심부터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

어떤 잠수학자는 다이빙컴퓨터로 무감압한계시간이면 순서는 상관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다이빙컴퓨터란 수중체류시간을 자동연산해 감압정보를 알려주는 자동계산기로 생각하면 된다. 또 다른 잠수학자는 잠수 숙련자인 경우 짝잠수보다 혼자인 경우가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두 가지 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유효한 원칙이라면 원칙을 지키는 쪽이 더 안전한 경우가 훨씬 많다. 다이빙컴퓨터가 아무리 안전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지만 바다라는 대자연은 언제,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이빙컴퓨터가 그런 것까지 알려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다이빙컴퓨터는 사실 자기 혼자 계산하는 것이지 내 몸의 상태를 계산해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얕은 물속보다 깊은 물속을 먼저 잠수하는 게 감압병 발생 가능성 면에서는 안전하다. 그리고 혼자 잠수하는 것보다 짝 잠수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고전적 원칙, 그중에서도 타당한 이유를 갖고 있는 원칙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주, 과로, 갈증, 연속 대심도 잠수, 찬 물속 잠수, 그리고 '괜찮겠지' '괜찮더라'라는 안전불감증이야말로 모든 사고의 시작점인 것이다. 돈과 편리함 때문에 안전이 무시된다면 또다시 우리는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려야 한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