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슈가 크래프터 이우희 씨

입력 2014-05-15 13:59:18

먹을 수 있고 장식도 하고…'설탕의 달콤한 예술'

영락없는 꽃이다. 생화(生花)라고 믿을 만큼 정교하고 예쁘다.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비롯해 가방이나 구두, 옷, 인형, 캐릭터, 케이크 등 못 만드는 게 없다. 먹을 수도 있고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도 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예술'로 불리는 '슈가 크래프트'(Sugarcraft)다. 이우희(22·김천대학교 호텔조리외식경영학과 4년) 씨는 요즘 슈가 크래프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국제대회 동상 수상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고 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이 씨는 요즘 유명세를 실감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계속해 울린다. 축하와 격려 전화 때문이다. "얼떨떨합니다.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이 씨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4 케이크 인터내셔널'에서 전시'축하 케이크 부문 동상을 받았다. 이 씨가 제출한 작품명은 '엄마의 생일'(Birth Day Mom). 이 씨는 "엄마 생신 날 해드릴 케이크라 생각하고 만들었다"며 "가족을 위해 헌신만 하는 엄마가 생일 때만이라도 예쁘고 화려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크고 화려한 동백꽃은 우리 엄마와 닮았어요."

작품은 왕관 문양이 있는 케이크에 동백꽃을 포스트로 아스트로메디아와 재스민으로 포인트를 줬다. "꽃의 수술까지 섬세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심사위원의 맘을 샀나 봐요."

평소 조용한 성격인 이 씨는 이런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국제대회 첫 출전해 입상한 것도 그렇고 여태 여러 사람으로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기분은 좋죠. 열심히 노력하기도 했지만 이런 영광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거든요. 운이 좋았어요."

아직도 지인들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부모님은 '우리 딸, 장하다'고 하셨고, 교수님은 '대견스럽다'고 격려해주셨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대단하다. 잘~ 했다'고 했어요."

◆제빵'제과 관심 많아

이 씨는 중학교 때부터 제빵'제과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먹는 것보다 직접 만드는 게 재미있었어요. 쿠키나 초콜릿을 만들었는데, 너무 자주 그것도 많이 만들다 보니 집안엔 항상 단 냄새가 진동했어요." 이 씨는 진로를 제빵'제과로 굳히고 고등학교 때 제과'제빵 자격증도 땄다. 졸업반인 이 씨는 "공부해 보니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이 부문에 인생을 걸 겁니다."

◆설탕의 재발견

슈가 크래프트란 분말 설탕과 젤라틴, 물엿 등을 섞어 만든 반죽에 색을 덧입혀 케이크나 꽃, 캐릭터, 인형 등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공예다. "젤라틴과 물엿을 섞는 이유는 설탕은 점성이 약하잖아요. 잘 붙게 하기 위해 젤라틴과 물엿을 섞어요." 슈가 크래프트의 특징은 먹을 수 있으며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설탕 자체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습기만 주의한다면 형태가 흘러내리거나 녹지 않는다. 슈가 크래프트는 화려한 색 연출이 가능해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은 사람이나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테이블 장식이나 웨딩, 크리스마스, 핼러윈 등 다양한 파티 콘셉트에 맞는 장식도 할 수 있고, 컵 케이크 등에 간단하고 앙증맞은 데코레이션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 "결혼식장이나 파티에 전시 후 먹기도 하는데, 먹을 때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든 건데. 한 치 망설임 없이 먹는 것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요."

◆국제 파티쉐 되고파

이 씨는 슈가 크래프트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슈가 크래프트 시장이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공예가 그렇듯 슈가 크래프트도 트렌드가 변하기 마련이기에 부지런히 전시회도 다니고 외국서적을 통한 자기계발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겁니다."

이 씨는 국제 파티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졸업 후 홍콩으로 유학 가 공부를 더 하고 견문을 넓힌 뒤 국제 파티쉐가 되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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