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린이 놀이터 35% 안전검사 안받았다

입력 2014-05-15 10:51:41

아파트 비용 들어 외면 달서 북구 합격률 절반, 내년 1월 마감까지 미뤄

대구 북구 한 재활원 내 놀이시설은 나무 바닥이 떨어져 나가는 등 방치돼 있다. 이곳은 설치검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서광호 기자
대구 북구 한 재활원 내 놀이시설은 나무 바닥이 떨어져 나가는 등 방치돼 있다. 이곳은 설치검사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서광호 기자

7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중구 남산동 한 어린이집 야외 놀이시설(305㎡) 입구엔 노란색 줄이 쳐져 있었다. 정부인증기관이 실시한 설치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합격 조치 방법 위반이다. 규정에 따르면 '이용금지 알림판 및 현수막'(가로세로 1m 이상)을 걸고, 봉쇄 테이프를 사용해 이용을 막아야 한다. 미끄럼틀과 그네 등은 진입 자체를 막고 시소 등 작동형 놀이기구는 움직일 수 없도록 묶어야 하지만 이곳은 입구에 줄 하나를 맨 게 전부였다.

대구의 어린이들이 위험천만한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놀이터는 설치할 때 검사를 받고, 이후 2년 내 정부가 인정한 국가기관으로부터 반드시 1차례 이상 정기검사를 받게 돼 있다. 이는 2008년 1월 26일 시행된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근거한다. 하지만 당시 설치검사 유예기간을 4년간 뒀고, 2011년 8월 법이 개정되면서 유예기간이 다시 3년(2015년 1월 26일까지) 더 연장됐다.

이에 따라 대구의 모든 놀이터(학교'유치원'학원 등 교육청 담당 시설은 제외)는 2015년 1월까지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구의 놀이터 설치검사율(65.2%)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 72.3%보다 7.1% 포인트가 낮아 전국 광역 단위 시'도 17곳 중 16번째에 불과하다.

대구의 놀이터 중 35%가 검사도 받지 않은 채 어린이들에게 개방되고 있는 셈이어서 어린이들이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8일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대구의 어린이 놀이시설 2천352곳 중 1천534곳(65.2%)이 정기검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나머지 818곳(34.8%)은 아직 설치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설치검사율이 저조한 것은 아직 기한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아파트(공동주택)들이 놀이시설 검사에서 합격을 받으려면 개'보수를 해야 하는데, 여기에 드는 비용 때문에 미루거나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낡은 시설이 많아 설치검사를 받으려면 1천만~2천만원의 비용이 든다. 비용 마련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그나마 100가구 미만 공동주택은 유예기간 내 설치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에 따라 놀이시설을 철거할 수 있다. 하지만 100~15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은 놀이시설을 없애려면 경로당 등 다른 주민 공동이용 시설을 마련해야 하고, 15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은 반드시 어린이 놀이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

대구시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도시공원 등 공공 부문 어린이 놀이시설은 예산을 투입해 조만간 시설 보수공사를 벌여 내년 1월 안에 설치검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다"며 "공동주택처럼 민간 부문은 조례에 따라 공동주택지원사업을 통해 수리비를 지원하는 등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서광호 기자 kozmo@msnet.co.kr

(표) 전국 어린이놀이시설 설치검사 현황(자료: 안전행정부)

순위 지역=총시설수, 검사완료 시설, 완료율

1. 세종= 194곳, 174곳, 89.7%

2. 경기=1만3천82곳, 1만207곳, 78%

3. 충남=2천171곳, 1천651곳, 76%

4. 전남=1천687곳, 1천262곳, 74.8%

5. 충북=1천795곳, 1천341곳, 74.7%

6. 울산=1천240곳, 905곳, 73%

7. 경남=3천259곳, 2천369곳, 72.7%

8. 서울=7천620곳, 5천527곳, 72.5%

9. 인천=2천691곳, 1천872곳, 69.6%

10. 제주=667곳, 463곳 69.4%

11. 광주=1천763곳, 1천220곳, 69.2%

12. 경북=2천551곳, 1천761곳, 69%

13. 전북=1천888곳, 1천294곳, 68.5%

14. 대전=1천532곳, 1천25곳, 66.9%

15. 강원=1천800곳, 1천190곳, 66.1%

16. 대구=2천352곳, 1천534곳, 65.2%

17. 부산=2천713곳, 1천638곳, 60.4%

전국=4만9천5곳, 3만5천433곳, 72.3%

(표) 대구지역 어린이놀이시설 설치검사 현황(자료: 안전행정부)

순위. 지역=총시설수, 검사완료 시설, 완료율

1. 남구=89곳, 74곳, 83.1%

2. 달성군=219곳, 178곳, 81.3%

3. 동구=310곳, 226곳, 72.9%

4. 수성구=440곳, 319곳, 72.5%

5. 중구=31곳, 20곳, 64.5%

6. 서구=102곳, 64곳, 62.7%

7. 달서구=638곳, 363곳, 56.9%

8. 북구=523곳, 290곳, 55.4%

전체=2천352곳, 1천534곳, 65.2%

※학교와 유치원, 학원 등 교육청 담당 시설은 제외.

※4월 23일 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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