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개수도 모르는 대구도시철도

입력 2014-05-12 09: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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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마다 숫자 제각각…구조·소방시설 현황 몰라, 안전모 사용 기한도 넘겨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비치하고 있는 안전모. 안전모는 제작한 지 2년 이상되면 기능이 떨어져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 안전모는 2010년 6월에 만든 것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비치하고 있는 안전모. 안전모는 제작한 지 2년 이상되면 기능이 떨어져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이 안전모는 2010년 6월에 만든 것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이하 도시철도)가 비상 상황 때 사용할 구조장비와 소방시설을 엉터리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장비 비치 여부 및 개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긴급 상황 발생 때 혼선을 빚을 우려가 크다.

화재와 탈선 등에 대비해 실시하는 훈련 때 사용하는 안전모는 사용기한이 지나 도시철도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본지 기자가 2월 최종수정된 도시철도의 '지하철 대형 화재사고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하 화재매뉴얼)과 '현장조치 매뉴얼'(이하 현장매뉴얼)을 입수해 중앙로역과 반월당역의 매뉴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두 역이 파악하고 있는 구조장비와 시설이 서로 맞지 않았다.

도시철도는 비상시 장비가 부족한 상황에 대비해 해당 역뿐만 아니라 인근 역의 장비상황까지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화재매뉴얼을 점검했다. 중앙로역은 자신의 매뉴얼에 화학테러 등에 쓰이는 DS-2해독제와 신경해독제, 피부해독제, 탐지지(KM9) 등의 장비가 없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반월당역의 매뉴얼에는 중앙로역에 해당 장비가 각각 1~10개씩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반월당역은 자신의 매뉴얼에 신경해독제와 피부해독제, 탐지지(KM9) 등이 있다고 적고 있으나, 중앙로역 매뉴얼에는 이런 장비가 반월당역에 없다고 기재했다.

인근 역의 장비를 엉터리로 파악해 만약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면 장비교류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중앙로역이 자신의 역에는 없는 DS-2 해독제가 급히 필요해 반월당(10개)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 정작 반월당역에도 이 장비가 없어 긴급상황에서 이를 활용할 수 없을뿐더러 이를 구하려 다른 역에 재차 요청해야 한다. 초기 대응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장매뉴얼에도 두 역이 파악한 장비현황이 맞지 않았다. 국민방독면(화생방용) 수는 두 역 간 66개나 차이가 났다.

특히 2003년 대형참사가 빚어졌던 중앙로역은 두 종류의 매뉴얼에서 소방시설 현황이 서로 제각각이었다. 현장매뉴얼에는 CO2소화기가 20개 있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화재매뉴얼에는 13개로 적혀 있다. 또 마른 모래 역시 현장매뉴얼에는 없다고 했지만, 화재매뉴얼에는 260개가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교체해야 할 안전모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기자가 8일 대구 문양역에서 실시된 '대구도시철도 전동차 화재 및 탈선 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응훈련'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일부 안전모를 살펴보니 제조년월일이 2010년 6월 7일로 돼 있었다. 안전모 제작업계에 따르면 안전모는 통상 1, 2년이 지나면 본래 기능이 많이 떨어져, 2년 이상이 되면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4년이 다 돼 가는 안전모가 훈련현장에서 버젓이 사용됐다.

안전모 생산업체 관계자는 "안전모는 사용기한이 따로 법적으로 정해 있지 않다. 하지만 오래되면 겉모습에 이상이 없더라도 미세한 균열이 생겨 비상시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4년 가까이 됐다면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역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뉴얼의 종류는 많고, 그 분량도 엄청나서 수시로 바뀌는 장비 현황 등을 바로바로 수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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