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정글에 큰 가뭄이 들어 초식동물이 줄어들면 맹수들은 새끼를 죽인다. 사냥감에 비해 새끼들이 너무 많으면 공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처절하지만 자연법칙이기도 하다. 한국사회는 처절한 정글을 연상케 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 선장은 망설임 없이 저만 살겠다고 앞장서 탈출했다. 역사상 가장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자부해온 21세기 한국인의 짐승 같은 민얼굴이 드러난 이 참극을 지켜보면서 1세기 전 영국 여객선 타이타닉호 침몰사고를 떠올리게 된다. 그 배의 선장은 구명보트 앞에서 아이들을 먼저 승선시켰다. 당시 영국 선장은 동네와 나라와 인류의 미래인 아이들을 먼저 구하는 것이 인간사회의 평범한 규범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를 실천했다. 한국 선장은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을 실천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계모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계모 박모 씨는 여덟 살배기 의붓딸을 갈비뼈가 14개나 부러질 만큼 때려서 죽였고, 또 다른 계모 임모 씨는 의붓딸을 복막염으로 사망에 이르게 때렸다. 사람을 때려죽이는 것은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극한 행동인데, 이런 일이 한 지붕 아래서 벌어지는 사회는 내부적으로 전쟁상태일 정도로 병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온라인 게임에 빠진 젊은 아버지가 28개월짜리 아들을 죽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류의 사건은 흔해져서 대단히 엽기적이지 않으면 신문에서도 크게 다루지 않을 정도다.
한국사회가 이렇게 아프리카 정글의 짐승같이 타락한 것은 자기절제와 자기완성을 위해 인격을 연마하는 우리의 고유한 정신적 가치와 덕목이 일제식민지와 남북분단 6'25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소멸해버린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그다음, 경제발전이 되고 나면 물적인 행복단계에서 영적인 행복과 이타적인 삶의 행태가 각광받는 사회풍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타이타닉이 침몰할 때 아이들을 먼저 구한 선장의 나라 영국도 산업혁명 직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물적인 성취로 치달았지만, 이를 치유하기 위해 영국인의 삶의 신조라고 할 수 있는 '젠틀맨십'을 지도층에 정착시키고, 서민층에는 스포츠를 통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심어주어서 약육강식의 당시 자본주의 사회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성공한다.
한국사회도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을 무렵부터 이를 해냈어야 하는데 대학, 종교, 언론 같은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곳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물질적인 성장을 하는 데 몰입한 나머지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 참으로 뼈아픈 일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물질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과 기술에는 능하지만 그 부작용을 치유하거나 예방하는 정신의 가치는 턱없이 부족한 '불균형의 극치'로 치닫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 시대의 발전 전략인 신자유주의는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도 신자유주의를 만든 영미사회의 기반인 젠틀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은 보지 못하는 정신적인 미아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사회가 정글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면 물질적 행복과 성장을 선진화와 서구화의 최상급 가치로 여기는 착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서구인들도 코웃음 칠 정도의 이 국적불명의 가치관, 인생관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한 어떤 안전대책도 헛수고일 뿐이다.
이제 이 난치병을 누가 치유할 것인가? 학계나 정치인들에게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주 드물게 훌륭한 분들이 계시지만 워낙 소수여서 지속적인 추진 세력을 이루기 어렵다.
'청출어람'의 걸출한 신세대에 기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를테면 TV 드라마와 아이돌스타 기획사 같은 이 시대 대중문화의 영웅들이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과 책임을 절감하고 '정신과 영혼이 매력 있는 주인공과 스토리'를 만들어서 대중의 감동을 통한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지름길일 것이다. 타락한 영혼의 사회를 바로잡는 작업이야말로 이 시대의 창조적 대중문화 리더들이 진정으로 도전해볼 만한 최고로 가치 있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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