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여성 원내대표

입력 2014-05-10 08:00:00

여성 국회의원 1호는 임영신이다. 초대 상공부 장관으로 임명된 그에게 운전기사가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 어떻게 앉아서 누는 사람에게 결재받느냐고 말하는 간부가 있다"고 귀띔했다. 회의를 소집한 임 장관은 "난 앉아서 오줌을 누지만 나라를 세우려고 서서 누는 사람 이상으로 했다. 결재받기 싫으면 당장 사표 내라"고 질타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제헌국회 이후 최다선의 여성 정치인은 박순천이다. 박명련(朴命連)이 본명이지만 3'1운동 당시 도피생활을 하면서 신분을 감추려고 "순천으로 시집갔다 소박맞았다"며 자칭 '순천댁'이라고 했다. 이후 세인들이 '박순천'이라고 부르자 아예 이름을 바꿨다. 남편 변희용(전 성균관대 총장)은 고령 쌍림 태생으로 박순천은 고령 시댁에서 농사를 돕기도 했다.

5선 의원으로 민주당 총재, 민중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그는 "오죽 사내들이 못났으면 암탉이 나와서 이리 울어대야 하냐"며 일갈할 정도로 당찼다. 박정희 대통령이 '누님'으로 부를 만큼 리더십과 친화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에 3선의 박영선 의원이 당선돼 헌정사상 첫 여성 사령탑이 탄생했다. 당 실세로 통하는 원내대표에 여성이 뽑힌 것은 또 하나의 진기록이다. 기자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김민정 교수의 논문 '18대 총선에 나타난 여성 정치인의 충원' 분류대로라면 직업적 전문성을 토대로 국회에 진출한 4세대 여성 정치인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박 원내대표에게는 늘 '똑똑하다', '세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저격수', '반TK' 등 수식어도 빠지지 않는다. 8일 정견 발표에서 그는 "흔히 박영선이 강하다지만 난 그렇게 센 여자가 아니다. 눈물 많은 여자"라며 고정된 이미지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인 이완구 의원도 강성 이미지여서 일각에서는 정국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는 리더다. 교섭단체 간 의견과 정책, 국회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뭔지를 생각해야 한다. 소통하고 설득하며 조금씩 양보하는 게 정치의 묘미다. 사사건건 등을 돌리고 쓸데없이 고집 피우는 일은 리더가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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