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안 쓰고 버려둔 물건·나만의 재능, 빌려주고 이용료 받는 '공동소비' 개념
2001년 미국의 사회비평가이자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산업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가 인터넷을 필두로 한 '네트워크 경제'로 바뀌게 될 것이며, 이 때문에 판매보다는 판매 이후의 사용료,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경제환경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남에게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이 예측은 13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가진 집의 남는 방, 잠시 쓰지 않는 차, 아이가 쓰고 싫증 내는 장난감들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꾸 뭔가를 나눠주고 빌려주는 서비스를 확대해 나갔다. 사람들은 이를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 부르기 시작했다.
◆공유경제가 뭐길래?
공유경제는 2008년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하버드대 법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의미한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특징인 20세기 자본주의 경제에 대비해 생겨난 개념이다. 굳이 사전적으로 정의하자면 '하나의 제품을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경제 형태'라 할 수 있다.
공유경제를 설명할 때 로렌스 레식 교수는 '위키피디아'를 예로 들었다. 위키피디아는 많은 사람이 키워드에 대한 정보를 직접 작성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비록 악의적인 편집과 부정확한 내용, 책임성과 권위의 부족 등을 거론하며 백과사전으로서의 지위에 논란이 있었지만 다양한 방면의 지식이 방대한 분량으로 자세히 수록되어 있고 내용이 끊임없이 갱신되며 접근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참고자료로 애용되고 있다. 게다가 위키피디아에서는 키워드에 대한 정보를 작성하고 수정하고 이용하는 데 대한 어떠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위키피디아의 예에서 '정보'란 단어를 '자신이 소유한 물건과 공간'으로 바꾸고 이에 대한 소정의 비용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이 공유경제의 기본 개념이 된다. 예를 들자면 집에 방치된 몇 번 사용하지 않던 망치나 전기드릴을 누군가에게 잠시 빌려주되 소정의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 규모는 점점 확대 중이다. 연구기관 메솔루션(Massolution)에 따르면 2010년 세계 공유경제 규모는 8억5천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2011년 14억7천만달러, 2012년 27억달러, 지난해 51억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미국 타임지는 공유경제의 기반이 되는 '협력적 소비'를 '세상을 바꿀 10개 아이디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불황과 네트워크가 불러낸 공유경제
이처럼 공유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요인 중 가장 크게 언급되는 것은 바로 '경제불황'이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평범한 사람들이 갖고 있던 구매력이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대신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때 등장한 개념이 바로 공유경제의 개념이다. 그동안 큰돈을 들여야만 소유할 수 있었던 집이나 자동차 등을 적은 돈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방치된 자원 활용이라는 공익적인 목적까지 더해져 공유경제는 점차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런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인터넷'과 '모바일환경'이라는 기술적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떤 물품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내가 빌려주고 물품을 알릴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저렴하게 물품을 구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물품이 모인 곳을 찾아야 한다. 이때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빈방을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리면 배낭여행객 중 숙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의 사이트를 보고 빈방을 구해 들어가는 것이다.
◆'스타기업'이 된 공유경제 기업
공유경제가 가장 먼저 파고든 곳은 '집'이었다. 2006년 미국의 '홈익스체인지닷컴'을 시작으로 자신의 집을 여행 온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는 사업이 시작됐다. 집주인은 빈방을 활용할 수 있어 좋았고 여행객들은 싸게 숙소를 구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 이후 2008년에 문을 연 '에어비앤비'는 숙박업계의 파란을 일으키며 공유경제의 총아로 떠올랐다. 브라이언 체스키라는 미국의 20대 청년이 월세를 벌기 위해 자신의 집을 빌려준 데서 창안한 에어비앤비는 2008년 이후 세계 192개국에 숙소가 등록돼 참여국 수에서 최대 호텔체인 힐튼호텔(76개국)을 앞질렀고 기업 가치는 100억달러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개개인의 차를 빌려쓸 수 있게 한 미국의 '집카'(Zipcar)는 지난해 세계적인 렌터카 업체인 에이비스(AVIS)에 5억달러에 인수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 3년 전부터 공유경제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기업은 차를 빌려주는 '쏘카'(Socar)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차를 빌릴 수 있다'는 점과 사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된다는 점을 강점으로 삼아 현재 회원 수 10만 명, 월 매출 10억원을 넘겨 공유경제 기업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한옥 공유 서비스기업인 '코자자'(Kozaza), 주차장을 공유해주는 '모두의 주차장'도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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