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천하 하며 제자들에게 '인'(仁)을 가르치던 가난한 공자가 관직에 나아간 시기는 51세부터 55세까지 만 4년이었다. 첫 번째 관직은 지방 관리인 중도재(中都宰, 산둥성 중도현 현령), 두 번째 관직은 중앙 관료인 소사공(小司空, 차관급), 다음 관직은 요즘 법무장관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이다.
대사구 공자는 취임 이렛만에 달변가 소정묘(少正卯)를 죽였다. 당시 노나라는 도덕적 타락상이 심각했지만 귀족 소정묘는 법적으로 살인을 하지도, 역모를 꾀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세 치 혀만 믿고 까불며 여론을 호도하던 부자 실세였다. 따르는 무리도 많았던 소정묘를 죽이자 제자 자공이 우려하며 물었다. "스승님, 가만 계시면 될 일을 왜?"
공자가 답했다. "천하에 큰 죄는 다섯 가지다". 하나는 마음이 반역하고자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는 것이고, 둘째는 편벽되고 고집불통인 행실이며, 셋째는 거짓말과 변론을 잘하는 것이며, 넷째는 의리는 오간 데 없이 가볍고 추한 것만 잡다하게 기억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그릇된 일을 하며 기름지게 사는 것이다. 결국 공자는 소정묘가 이 5가지를 다 지닌 위험인물이어서 죽였다.
공자가 소정묘의 목을 치는 '주소정묘'(誅少正卯)를 하고 나자 노나라가 달라졌다. 당시 관행처럼 가축에 물을 먹여 양을 부풀려 판매하던 사기 수법도, 음탕한 짓거리도, 분수에 넘는 사치도 사라졌다. 길바닥에 돈이 떨어져도 그냥 지나쳤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호가 끝 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다. 물이 차오르는데도 "가만 있으라"는 선내 방송만 믿었던 순둥이 우리 새끼들을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하고도, 어른들의 언행은 꼴불견이다. 말 잘하는 도올 김용옥은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고, KBS 간부라는 인간은 희생자 숫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에 비하면 많으냐 적으냐 하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팽목항에서 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장관이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지 않으냐는 얼빠진 말로 청와대를 조롱거리로 만들었고, 민 대변인의 비보도 요구를 지키지 않은 청와대 출입기자에 대해 같이 출입하는 '1호 기자단'(청와대 출입기자단)은 동료의 출입정지를 결정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험한 말과 비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너무 많다. 공자의 주소정묘 심정,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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