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부모님 기대 앞에 작아지는 유학생

입력 2014-05-08 14:02:19

저는 외국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부모님은 듣기 좋게 저를 유학 보내놓았다지만 속내는 부모님 기대에 맞는 국내 대학을 가지 못해 차라리 남 보기에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게 낫다는 명령으로 추방당한 셈이지요. 가장 힘든 것은 부모님은 당신의 전문직을 따라 진로를 준비하는 유능한 자식들과 저를 비교해 들들 볶고 꾸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기가 죽어갑니다. 집이 그립다가도 반기지 않는 가족을 떠올리면 한없이 무력해지고 분노가 치밀어오르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친구도 못 사귀고 살만 쪄 갑니다. 방학 때 집에 와도 부모님 등쌀에 음식 맛도 모르겠고 열등감과 버려짐만 더 느낍니다. 저는 한국에서 정말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어떻게 제 심정을 얘기해야 할까요.

어린 나이에 부모님 계시는 가정에서 다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먼 이국만리에서 혼자서 외로운 공부를 해오고 계셨군요. 더구나 국내에서는 부모님이 원하는 번듯한 대학에 가지 못하고 외국에까지 나가게 되었으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집에서는 불효자인 것처럼 되어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하니 어린 마음에 얼마나 상처가 될까요. 또한 성적이 유능한 다른 형제들과도 끊임없는 비교를 당해 그에 따른 부모님의 인정과 격려도 못 받고 대인관계까지 위축되어 자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입장이군요. 그러나 제가 볼 때 부모님은 귀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게 아니라 귀하도 다른 형제들처럼 유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는 게 잔소리로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아들을 유학시킨 것은 귀하의 능력에 대해 인정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그분들의 마음의 증거일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많은 지원이 필요한 유학을 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귀하의 진로를 채근하기만 해서 상당한 오해가 있어 보입니다. 부모님도 자녀에 대해 염려의 마음을 비난이 아닌 보호와 사랑의 의미를 담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말하기 방법'을 조금 더 배우셔서 이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 변화를 가져오려면 우선 귀하가 지금의 마음을 부모님께 진심으로 '털어놓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남의 눈치를 전혀 볼 필요 없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담대하게 말하고, 그간의 가족들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인해 생긴 서운함과 부모 사랑과 인정에 대한 목마름까지 모두 말할 수 있기를 권합니다. 말하지 않고 가슴속에 넣어두면 부모님은 결코 귀하의 지금 곤혹스러운 어려움을 이해할 수 없고, 그 결과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귀하의 인생은 귀하가 주인공이랍니다. 자기와는 사뭇 다른 곳을 바라보는 부모의 생각과 부모의 가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의 소신과 진로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밝히고 그들에게 힘차게 '진로준비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참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우선 털어놓기가 부담스럽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편지에 이 마음을 담아 부모님께 일차적으로 전하고 그다음에 대화의 시간을 꼭 가지세요. 아들의 빛나는 의지의 눈빛에 부모님의 마음은 열릴 것이고 비로소 잔소리와 간섭 대신 격려와 믿음으로 귀하를 지원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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