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 반영 안된다" 보건교육 퇴출

입력 2014-05-08 10:09:30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부실한 학교 안전교육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학교에서 안전교육이 충실히 이뤄졌더라면 이번 참사에서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는 2007년 안전교육이 포함된 보건교육 과정을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했다. 이듬해에는 초교 5, 6학년 경우 1년에 17시간 이상, 중'고교는 1개 학년을 정해 1년에 17시간 이상 교육하도록 했다. 2010년에는 보건 과목을 중'고교의 선택 과목으로 정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보건교육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한 탓이 크다. 경북 한 초등학교 교사는 "상당수 학교가 안전교육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교사의 전문성도 떨어져 보건교육 시간에 안전 관련 매뉴얼을 읽거나 시청각 자료를 보는 데 그치는 형편"이라고 했다.

중'고교 경우 보건 과목이 선택 과목인 것도 문제다. 특히 대학입시 준비가 큰 부담인 각 고교로선 보건 수업을 굳이 하려 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구 한 고교 교사는 "아예 보건 과목을 배우지 않거나 수업 시간표에 보건 수업을 넣었다 해도 자습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필수 과목이 아닌 데다 대학입시에 반영되지 않아 보건 수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전국 보건교사 모임인 보건교육포럼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 '2010~2013년 보건교사 배치율 및 보건교육 실시율'을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건 교육을 하는 학교는 감소 추세다.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의 보건교육 실시율은 ▷2010년 73.6% ▷2011년 67.6% ▷2012년 64.7% ▷2013년 49.1%로 해마다 줄고 있다.

대구경북 사정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대구 보건교사 배치 학교의 보건교육 실시율은 2010년 66.4%에서 2013년 23.1%로 줄었고, 경북도 같은 기간 75.5%에서 66.6%로 감소했다.

국내와 달리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은 체험 위주의 안전교육을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재난 유형별 체험 교육, 안전 생활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한다. 일본은 별도의 체험장에서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재난 대처 훈련을 받게 하고, 독일 경우 10∼16세 학생은 반드시 인명구조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교육 부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1일 국회에 안전교육 강화 대책을 보고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안전교육 표준안을 마련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체험 중심 교육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 등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있는 데다 성교육, 학교폭력 예방 교육 등 추가로 하라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며 "이 시간에 안전교육까지 하라면 어느 교육 하나 제대로 진행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보건교육포럼은 보건 수업이라도 제대로 운영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 포럼의 우옥영 이사장은 "보건 교과서의 안전 단원에 선박이나 비행기 사고에 대비한 교육 내용을 보강, 안전교육을 더 체계화하고 학교에서 1개 학년 또는 1개 학기라도 보건 수업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게 해야 한다"며 "학교 현장 교사들과 안전교육 전문가들이 모인 협의회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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