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위기 후 대응의 핵심과제

입력 2014-05-07 08:46:26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뼈아프지만 신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는 시스템 위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시스템 위험은 개별차원에서의 파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에 얽혀 있는 현실하에서 언제든 우리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범주의 위험이다. 전혀 관계없는 사안들마저 연결되어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시스템 위험은 지금과 같이 고도로 전문화하는 환경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많은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이상기후의 문제라든지 각종 재난사태는 관리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현실에 기인한다. 현실은 개별차원은 물론 국가단위로 보더라도 좀처럼 대응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돼 있다.

현실은 시스템 위험이 파악되더라도 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지배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금융위기를 되풀이해서 경험하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과 무관치 않다. 위험은 복잡해지고 파악하기 어려워졌는데 대응수단은 마땅치 않고 누가 어느 정도의 노력을 구체화해야 하는지도 불확실하다. 암중모색의 상황 속에서 각종 국제기구나 위원회가 난립해있으나 자체적 갈등요인을 관리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우리의 문제 인식과 대응 시야는 너무 단기적이다. 또한 평소에 간과되었던 조그만 사안들이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이례적 상황으로 연결된 점을 감안해 증상완화적인 단기대응책 이상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는 기존의 안전수칙이나 기준의 문제점도 다각도에서 검토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단기적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는 선택일수록 부작용이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글로벌 차원의 이슈가 아니더라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최근의 난제들에 대한 현재의 대응여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참사는 평소에 안전수칙을 지키는 자세만 지켜졌더라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수많은 안전장치가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정작 우리의 안위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평소의 기본적인 준비와 더불어 올바른 상황판단에 기초한 위기대응 능력이다. 문제는 이러한 핵심적인 시스템위험의 관리역량이 일상에서 간과되기 쉽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의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우리의 노력이 적절한지를 평가할 수 있는 일련의 계기판과 수칙에 대해 다각도에서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과거의 신뢰가 미래의 불신으로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둘째,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 위험을 중앙통제기구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옥상옥의 기구 증설은 오히려 긴급사태 시 조율 실패로 더 큰 낭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체적인 조정이 가능한 여력을 분산시스템 하에서 갖춰야 한다. 더욱이 과도한 안전기준에 대한 의존도 자체가 또 다른 위험으로 둔갑할 수 있는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특정 부분이 위험에 노출되더라도 전체로 파급되지 않도록 단절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위험의 상당 부분이 통합된 네트워크 환경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지배구조 구축이 필요하다. 예로 세계는 이미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본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단위로 자본 흐름 관련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 이상 자기 일에만 매진하면 되는 환경이 아니므로 노력의 결실을 지켜낼 수 있는 각종 기구와 제도의 구비는 물론 원천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대응노력이 더 구체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와 이웃에 대한 고려가 시스템 위험관리의 핵심임을 고려할 때 관련 노력을 구체화하려는 시도가 지속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섣부른 조기대응으로, 피상적 안이함으로 복귀하지 말고 철저한 원인규명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다방면의 노력이 중앙집권식의 상부하달이 아닌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최공필/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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