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억 날린 울릉 산채가공공장 '부실 투성이'

입력 2014-05-07 07:43:49

설비 결함으로 2년째 방치, 3회 시험가동 실패했지만 민간위탁 공개입찰 '논란'

울릉군이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산나물 가공시설이 설비 결함으로 2년째 방치되고 있다.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기계가 수작업으로 하는 것보다 더 품질이 못하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멈춰선 산채가공공장과 그 앞에서 산나물을 수작업으로 건조하고 있는 한 농민의 모습. 김도훈 기자
울릉군이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산나물 가공시설이 설비 결함으로 2년째 방치되고 있다.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기계가 수작업으로 하는 것보다 더 품질이 못하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멈춰선 산채가공공장과 그 앞에서 산나물을 수작업으로 건조하고 있는 한 농민의 모습. 김도훈 기자

울릉군이 수십억원을 들여 지은 산나물 가공시설이 설비 결함으로 2년째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울릉군은 설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민간 위탁 운영을 추진 중이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울릉군은 2012년 5월 도비 20억원과 군비 13억원 등 33억원을 들여 서면 남양리에 산채가공공장을 만들었다. 특산 산나물을 고급화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러나 준공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험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설비 결함 탓이다.

울릉군은 공장 준공 이후 지난해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시험가동을 했다. 그러나 3차례 모두 산나물 잎이 마르고 줄기가 터지는 등 산나물의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13억원이 투입된 핵심 설비인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의 건조 오븐이 문제였다.

울릉군은 시험가동 후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기술적인 면에서나 건조과정상 큰 효용성이 없었다. 상품가치 측면에서도 수작업을 통해 생산하는 것에 비해 품질이 못하다. 다만 수작업보다 엽록소 보존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산채가공공장이 사실상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최수일 울릉군수도 2월 열린 울릉군의회 임시회에서 산채가공공장의 시험가동 결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해야 되지 않나 검토 중"이라고 실패를 자인하기도 했다. 이 시설은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까지 감사원에 적발돼 계약 담당 공무원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시공한 업체가 구매계약 이전 납품실적이 전무할 뿐 아니라 2012년 5월 11일 제품 설치 후 12월 4일까지 기술부족으로 기계 세팅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시설이 정상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부터 설비 구축, 시험 가동까지 곳곳이 부실투성이란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울릉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산채가공공장의 민간 위탁 운영을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입찰가는 1억900만원. 지금까지 2차례 유찰됐고 최근 3차 입찰이 진행 중이다. 3차 입찰부터는 최초 입찰가의 50%를 넘지 않는 선에서 10%씩 차감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수의계약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울릉군 관계자는 "설비 자체에 기계적인 결함은 없다. 다만 생산 라인이 복잡한 만큼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빚어진 일"이라며 "민간 위탁은 공장 설립 단계부터 계획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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