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권정생이 환생하고픈 나라

입력 2014-05-06 07:36:35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공감 능력이 극도로 떨어지는 사람이 바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가 아니던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아름답다. 그런 점에서 동화작가 권정생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의 삶은 고난스럽고 모질었다. 전쟁통에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찢어지는 가난 속에 몸은 망가져 평생의 지병인 전신 결핵으로 고통받았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검소하게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가슴으로 사랑했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교회 종지기로 일하며 손수 지은 5평짜리 오두막에서 그는 짓밟히고 천대받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녹아든 일련의 작품들을 썼다. 그의 작품에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 절로 마음이 정화되고 영혼이 위무됨을 느낀다.

2005년 5월 1일 권정생은 소박하고도 독특한 유언장을 썼다. 그중 일부분을 본란에 옮겨본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 (중략)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에 다시 환생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유언장을 쓴 뒤 2년 뒤인 2007년 5월 17일 그는 하늘로 돌아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7년.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과 절망, 분노에 휩싸인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살아 있다면 그는 얼마나 많이 가슴 아파했을까. 그의 유언장 말미에 있는 이런 대목이 있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요즘 대한민국 사회를 보면 필시 권정생은 환생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지도자는 무능하고 사회는 곳곳이 썩어든 나라.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 등 인간지표가 세계 최악인 나라. 총탄과 대포알 날아다니는 곳만이 전쟁이던가. 지금 우리 사회가 아비규환의 전쟁터가 아닌가. 권정생이 환생하고픈 세상은 과연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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