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영상에 있어서 '빛'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언제 어디서든 태양과 유사한 조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술이며 자산이라고 영상업계는 말한다. 사진 및 방송용 조명 전문기업인 '오로라 라이트뱅크'는 사진 촬영에 사용하는 조명 부품에서 시작해 까다롭다는 일본 시장을 휘어잡고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는 등 업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기업이다.
◆국산화 시도
1996년 '승보산업'으로 출발한 오로라 라이트뱅크는 소프트박스를 생산'판매했다. '소프트박스'는 사진 촬영에서 플래시의 빛을 한곳에 모아 반사시키는 조명장치를 말한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사진 업계 붐이 일던 시기에 조명 관련 제품의 판매도 덩달아 호황기를 누렸다.
오로라 라이트뱅크 고영국 대표는 사진 조명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그는 "회사에 다니면서 기술을 배우던 중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소프트박스를 국산화하자고 제안했다"며 "회사는 내수시장이 크지 않아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길래 내가 개발해서 만들 테니 구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산업공학을 전공했던 고 대표는 자신의 경험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소프트박스를 개발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소재'였다. 고 대표는 "이전에는 소프트박스에 금속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높은 조명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나는 열에 강하면서 가볍고 모양을 만들기 쉬운 '섬유'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지역 내 섬유연구원과 여러 섬유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불과 열에 강한 직물을 확보, 이를 이용해 소프트박스를 만들었다. 1998년 마침내 탄생한 오로라 라이트뱅크의 소프트박스는 히트를 쳤다.
"남들은 IMF라 고생이 많았다지만 우리에겐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오히려 주문이 늘었고 회사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지요."
◆수출 강소기업
고 대표는 소프트박스를 만들면서 국내보다 해외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수출을 할 수 있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수출의 '수' 자도 몰랐지만 무조건 뛰어들고 봤다"고 말했다.
현재 오로라 라이트뱅크의 제품은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만큼 수출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까지 난관이 많았다. 고 대표는 "무역 경험도 없이 수출에 도전했으니 일이 쉽지는 않았다"며 "다행히 이곳저곳에서 해외 바이어를 소개해줘 우리 제품을 알릴 기회가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름도 수출을 위해서 바꿨다. 섬유를 이용한 '불연 소프트박스'를 개발한 뒤 캐나다에 제품을 판매하러 간 자리에서 '승보'라는 이름을 외국인이 발음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쉬운 이름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접한 고 대표는 '이거다'고 생각했다.
고 대표는 "아름다운 빛을 보여주는 오로라가 우리 회사의 이미지와 어울릴 것 같았다"며 "또 첫 제품인 소프트박스가 빛을 모으는 장비이기 때문에 빛을 담는 은행이라는 의미의 '라이트뱅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제품이 인기를 얻은 것은 편의성과 기술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장시간 촬영을 하더라도 제품의 변화가 없고 빛을 원하는 만큼 모아줘 촬영 이후 색감이 좋다"며 "가격이 세계적으로 비싼 편에 속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이 좋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자신감을 바탕으로 회사는 2011년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일본 시장도 두드렸다. 회사는 법인 설립 전부터 현지 딜러를 통해 수차례 제품을 알려왔다. 현재는 일본 NHK뿐 아니라 아사히TV 등 주요 방송사에 조명을 납품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일본 현지 주요 기업의 조명 제품도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평이 좋아 다들 칭찬하면서 이용하고 있다"며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조명을 사용한 TV아사히가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방송용 조명으로 확대
사진용 조명으로 시작한 오로라 라이트뱅크는 조명 관련 특허만 100개가 넘을 정도로 기술 개발을 중시하고 있다.
고 대표는 "영업보다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며 "우리는 국내 영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로라 라이트뱅크는 사진용 플래시 조명과 소프트박스를 주력 아이템으로 수년간 국내외에서 인기를 누렸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방송용 조명까지 전문 분야를 넓혔다. 지난 2009년 지식경제부 주관 '차세대 방송용 LED 조명'의 개발자로 선정, KBS와 TBC, 금오공대 등과 함께 연구개발했다. 회사가 만들어낸 LED 조명은 뛰어난 광질과 고출력으로 기존 제품보다 월등하다가는 평을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타 LED 조명의 경우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낮은 출력의 LED 칩이 내는 빛이 여러 개의 작은 점으로 보이며,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밝기가 확보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조명은 고효율/고와트의 칩을 사용해 기존 1㎾ 할로겐 조명을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밝기를 확보하고도 화각이 넓어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양광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제품은 현재 KBS와 TBC 등 국내 방송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다음 달 성서5차산업단지에 공장을 확장 이전하는 오로라 라이트뱅크는 사진과 방송용 조명에서 전문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해외 전시회에도 꾸준히 참석해 '수출 기업'으로도 영역을 확고히 할 예정이다.
고 대표는 "201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전시회에서 유명 영화감독인 제임스 카메룬이 우리 조명을 보고 '빛에 있어서는 오로라 라이트뱅크의 제품이 최고다'고 극찬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극찬을 국내외에서 계속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조명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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