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동락] 수중봉사활동-탁한 바닷속 쓰레기 수거작업 위험…바다 환경 잘 알고 해야

입력 2014-05-01 11:32:07

물속에서 무언가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과 달리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물속에서 망치질을 한다고 했을 때 바깥세상과는 다른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물속에서는 망치의 속도가 나지 않을뿐더러 무게 또한 6의 1로 줄어든다. 망치질이 잘 안 된다는 말이다. 물속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래서 힘든 것이다. 물이라는 매질 자체의 저항과 일하는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레저다이버들도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가 있다. 대개는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수중봉사활동이다. 불가사리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를 수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봉사활동을 할 땐 탁한 시야와 오염된 물속에서 작업해야 한다. 시야가 안 나오면 위험도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어중간한 실력으로 도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대체로 서해안은 시야가 매우 흐리다. '매우'라는 것은 시계가 대체로 30㎝가 나오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조류가 세어 뻘과 모래가 가라앉지 않아 잠수사들은 이런 바다를 '된장국' 또는 '미역국'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잠수사들은 물 색깔만 봐도 시야가 1m인지, 10m인지 어느 정도 예상한다. 바닷물의 색깔이 황토색에 가까울 때 '오늘도 된장국'이라는 말을 쓴다.

진도 앞바다에서 필자 역시 동료를 잃을 뻔한 적이 있다. 그만큼 진도 앞바다는 잠수사들 사이에서도 악명 높은 곳이다. 강한 조류와 심한 안개로 5시간 만에 겨우 동료를 구조했다. 서해안에서도 많은 레저다이버들이 바다를 즐긴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꿈의 포인트 '격렬 비열도'라는 곳이 있다. 제주, 울릉도 못지않은 특급 포인트다.

대학시절 목포항에서 수중봉사활동을 할 때의 이야기다. 목포항은 전형적인 된장국 바다의 항구이다. 시야는 10㎝도 보이지 않았다. 수중쓰레기들을 수거하던 중 한 후배가 물속에 있는 밧줄을 열심히 당기는데 물속 바닥은 뻘이라 쉽게 당겨질 줄 알았으나 뽑히지 않자 더 힘껏 당기고 또 당겼다. 후배는 오기가 나 더욱더 힘차게 밧줄을 당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선배의 호흡기 호스였다. 선배는 물속에서 쓰레기를 수거해 수면 위에 있는 후배에게 갖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생명줄인 호흡기 호스가 자꾸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뭐지? 뭐가 걸렸나?' 하면서 앞뒤, 위아래를 둘러봤으나 물은 된장국이라 보일 리가 없었다. 후배는 당기고 선배는 호흡기를 놓치면 안 되니 이를 악물고 버텼다. 후배는 밧줄쓰레기(?)를 꼭 인양하리라 맘먹고 젖 먹던 힘을 발휘해 밧줄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런데 인양돼 나온 것은 선배였다. 후배가 선배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했으니 그 후의 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십수 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두 선후배는 만나면 그때 일을 얘기하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심이 낮아서 그나마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 깊은 바다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만큼 바다는 위험하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억울해도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미안하다. 앞날이 창창한 그들을 그렇게 내몰아서 미안하고,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아무것도 못해서 미안하고, 아무것도 아직은 바꿀 수 없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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