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고 정비 안 된 여객선이 화 부른다

입력 2014-05-01 10:32:37

세월호 참사는 승무원의 책임의식 부재에서부터 운항 부주의, 당국의 부실한 초기 대응, 선박 안전관리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여기에 오로지 이익만을 생각하는 해운회사의 부도덕성이 더해져 수백 명의 아까운 인명이 희생됐다. 이처럼 연안 여객선이 '목숨 걸고 타는 배'가 된 지 오랜데도 당국이 되레 각종 규제를 느슨하게 완화하면서 사고 확률을 더 높이고 있다.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드러난 문제점을 보면 연안 여객선 운항은 한마디로 복마전이다. 배가 낡고 제대로 정비조차 안 되고 있는데도 무리한 운항이 예사고 과적과 불법 개조가 만연해서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돼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풍토까지 더해져 승객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국내 연안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는 8천500건이 넘는다. 사고의 10건 중 8건이 정비 불량이나 선체 관리 소홀, 운항 부주의에 따른 인재로 드러나 여객선을 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말해준다.

노후 선박은 두드러진 문제점이다. 정부가 여객선의 내구 연한을 최대 30년으로 상향 조정한 지난 2009년 이후 해운사들이 앞다퉈 노후 선박을 수입했다. 심지어 건조 된 지 37년이나 된 노후 여객선이 버젓이 운항되고 있다. 수많은 승객과 화물을 싣고 오가는 여객선이 낡은데다 정비도 제대로 안 되고 과적, 무리한 운항을 밥 먹듯 한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여객선 173척 중 외국에서 들여온 중고 여객선은 모두 36척으로 포항 여객선 6척 중 5척이 선령 20년을 넘겼다. 침몰한 세월호도 올해로 선령 20년의 중고 여객선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5년 이상 된 노후선박의 수입 비중이 선령 완화가 시행된 2009년을 기점으로 29.4%에서 63.2%로 크게 늘어나 늘 사고의 불씨를 안고 있다. 결국 중고 여객선 수입이 용이하도록 빗장을 풀면서 승객은 거꾸로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타야 하는 꼴이 됐다. 정부는 당장 중고 여객선 구매 기준과 선령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언제 또다시 발생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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