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위원회 김동호 위원장이 며칠 전 대구를 다녀갔다. 벌써 두 번째다. 김성녀 전문위원을 비롯한 세 명의 전문위원들이 동행했다. 대구문화재단 회의실에서 대구문화예술, 산업 전반의 현황을 보고받고 지역 문화계 의견을 들은 뒤 범어아트스트리트, 대명동 공연문화거리 등 예술문화 현장을 둘러봤다. 문화융성위원회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정부의 지원 정책의 답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문화예술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에 역행하는 기획재정부의 결정이 있어 지역의 문화예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역협력형사업 예산을 광역'지역발전 특별회계(이하 광특회계)로 오는 7월부터 이관한다는 방침이 그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지역협력형사업'을 '문예진흥기금'에서 '광특회계'로 이관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해를 돕자면 광특회계는 지자체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역협력형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예진흥사업은 예술현장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보조금사업이다. '기초예술지원사업'을 비롯한 '집중기획지원사업' '우수기획지원사업' '공연장활성화사업' '신진예술가지원사업' '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 등 전국 문화재단의 고유사업인 문화예술지원사업이 대부분 포함된다.
기획재정부는 왜 문예진흥기금을 광특회계로 전환하려고 하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 간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문화융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돼 지자체의 자율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광특회계로 전환되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사업의 폭도 넓어지고 문예진흥기금 고갈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광역문화재단, 한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이하 한지협)는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반대 이유는 이렇다. 문예진흥사업은 다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뒤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울러 전국 16개 시'도 중 13개 문화재단을 거점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지원 사업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광특회계로 이관될 경우 염려되는 문제는 지역별 편차와 지역 내 장르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기존의 문화예술 창작지원사업이 전시성, 홍보성 문화예술 사업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 단체장의 문화 마인드에 따라 예산이 축소되거나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취약하기만 한 기초 예술 기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문제의 심각성은 기획재정부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집행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의 사전 협의와 예술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데 있다. 현 정부의 문화예산 2∼3% 시대를 기대하는 예술현장과 엇박자 행정이 진행되는 것을 우려한 예술단체, 문화재단 대표자회의에서는 성명서 발표, 연대 반대 서명을 준비 중이다. 전국 17개 지자체와 광역문화재단 실무책임자들도 이달 17일 긴급회의를 가지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 지자체에 조만간 통보하겠다는 기획재정부는 입장을 조속히 철회하고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화융성위원회가 전국을 순회하며 현장 중심의 문화행정자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에 반하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조속히 철회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지역문화지원 예산이 작은 예산이겠지만 예술 현장에서는 너무나 절실하고 필요한 예산이다. 기초예술 묵살을 예고하는 기획재정부의 생각은 문화 정책을 좌초 위기로 내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역문화계가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조속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역문화지원 예산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이태현/대구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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