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혁신을 아는 지도자

입력 2014-04-30 11:19:10

뉴스 하나. 이달 15일 구글의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서 열린 '아라(Ara) 개발자 회의'에서는 기존의 스마트폰과는 개념 자체가 다른 시제품 실물이 공개되었다. 사용자가 자신의 용도에 맞게 직접 조립해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다. 블록을 맞추듯 부품을 끼울 수 있도록 구획 지어진 케이스에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자신에게 맞는 성능의 모듈을 따로따로 구입해 조립하기만 하면 되는 스마트폰이다. 현재 스마트폰에 쓰이는 어떤 부품도 조립해 쓸 수 있도록 모듈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격도 최저 5만 원 정도라고 하니 가히 혁명적이라 하겠다.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구글이 내년 1월 출시를 목표로 연구하고 있어 제품화는 시간문제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되면 세계 스마트폰 공급 시장에도 대변혁이 올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도 카메라, 와이파이 등 자신들만의 모듈을 개발해 판매가 가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 둘. 지난달 말부터 서울 시내에 재미있는 시내버스들이 운행되고 있다. EBS의 인기 애니메이션인 '꼬마버스 타요'의 주인공 캐릭터처럼 외관을 꾸민 일명 '타요 버스'가 운행되면서 어린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TV 속 주인공들이 실제로 거리에 나타났으니 어린 손님들의 반응이 어땠겠는가.

아이들의 성화에 이끌려 어머니들이 버스 회사 앞까지 가서 구경을 시키고 태워주는가 하면, 유치원을 빼먹고 버스를 타러 가는 아이들까지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지방의 어린이들까지 '상경 승차'를 한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급기야 서울시에서 버스 대수를 늘리고 한 달로 예정했던 운행 기간을 어린이날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지역 안동 등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투어 운행하고 있다.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것을 보니 역시 서울시라는 생각이 든다.

해놓고 보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혁신적 사고는 아무렇게나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또한 이런 혁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혁신은 유연한 사고에서 나온다. 미리 룰이나 규칙을 정해 놓고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하고 연구해서는 나오기 어렵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제안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는 노력을 하는 데서 혁신은 시작된다.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X'에서 추진하는 '우주로 가는 엘리베이터' '하늘을 나는 풍력발전소' 같은 프로젝트도 혁신의 한 모습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혁신을 위해서는 돈키호테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서울시의 '타요 버스' 프로젝트는 어떤가. 어쩌면 황당해 보일 수도 있는 아이디어였지만, 한 버스업체 대표가 낸 아이디어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세 박자가 서로 맞아야 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아이디어를 수용할 줄 아는 결정권자,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리소스(자금, 인력 등)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결정권자의 판단력과 추진력이 아닐까 한다. 그 결정권자는 한 조직의 리더일 것이다. 한 회사의 대표일 수도 있고, 지자체의 장(長)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로 소프트(MS)사의 전성기 시절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네이선 미어볼드(Nathan Myrvold)의 회고는 되새겨봄 직하다. 미어볼드가 빌 게이츠에게 프로젝트 하나를 제안하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친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빌 게이츠가 보내온 답신은 이러했다. "이건 당신이 제안한 것 중에서 가장 미친 것 같다. 한번 추진해보라."

우리 대구경북의 지도자를 뽑는 대사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지역의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는 지도자는 어떤 인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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