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이 중 하나가 내 자식일 수 있단 생각에 이번 참사가 남의 일 같지 않아요."
28일 오후 4시 20분쯤 어린 딸과 함께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흰 국화를 헌화하는 순간 전영실(33'여) 씨의 눈은 붉어졌다. 전 씨는 딸 김지빈(8) 양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사람이 알 수 있는 고통이 아닐 거예요. 혹여나 그분들이 안 좋은 생각을 할까 걱정돼요. 모두를 위해 한 점 의혹 없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어요."
28일 마련된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엔 온종일 시'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대구 합동분향소엔 이날 하루 2천844명이 다녀갔고, 29일 오전에도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각종 기관 관계자, 학생, 노인, 가족, 회사원 등 지위고하나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었고, 내리는 비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영정사진이나 위패는 없었지만 시민이 한 송이씩 얹은 국화가 이내 수북이 쌓여 희생자들과 또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을 함께 나눴다.
엄숙한 추모 음악이 조용히 흘러나왔고, 조문객들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할 만큼 합동분향소는 정숙했다. 저마다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단 조문객들은 조용하게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더러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김영환(76) 씨는 "손자가 13살이다. 죽은 학생들이 마치 내 손자 같아 달려왔다"며 "앞으로는 이런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4시 45분쯤 소선여자중학교 학생 대표 30여 명도 조문에 동참했다. 2학년 백지원(15) 양은 "당장 내년에 중학교 수학여행을 갈 걸 생각하니까 걱정이 된다"면서도 "이번 사고로 다시 한 번 정부나 지자체, 시민이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퇴근 후 조문 온 김락곤(31) 씨는 "대구에 분향소가 안 생길까 염려해 안산 분향소까지 가려 했다"며 "안산 분향소가 마련되었을 때 대구도 같이 설치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두류공원에 마련된 분향소는 경기도 안산지역 피해자들의 합동 영결식이 열릴 때까지 24시간 운영된다. 대구시는 도시철도 역과 분향소 사이 셔틀버스를 운영(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0분 간격'두류역 14번 출구'성당못역 3번 출구)해 조문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경북도청 강당에 마련된 경북 합동분향소에도 도내 곳곳에서 달려온 조문객들이 28일 하루 동안에만 1천100여 명에 이르렀다. 29일에도 경북통상'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경북버스운송사업체 노사대표'실라리안협의회'경북지체장애인협회'사회복지관협회 등 도내 기관'단체 49곳에서 500여 명이 넘는 회원이 합동분향소를 찾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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