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 발길 끊겨 상인들 눈물…대책은 없고 재고만 쌓여
봄비가 내리던 28일 오후 영주 공설시장.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물건을 찾는 손님도, 물건을 파는 상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좌판에는 오랫동안 장사가 안됐다는 표시를 해주듯 풀죽은 채소와 과일이 올려져 있었고 어물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20년째 식료품가게를 운영하는 신영화(58'영주시 영주1동)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먹고 마시는 것은 안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한 달 전에 비해 매출이 반 토막 났다. 가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했다.
상인들은 봄 성수기에 매출 감소와 예약 취소라는 폭탄을 맞고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다. 행정기관도 사태의 심각성은 알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주 공설시장 과일상 송영환(45'예천군 동본리) 씨는 "6'4 지방선거와 봄철 관광 특수를 고려해 잘 팔리는 과일을 많이 준비했는데 세월호 참사로 각종 행사가 취소돼 재고만 쌓이고 있다. 봄철 관광시즌에 서울'대구'부산 등지에서 찾아오는 '장보기 행사객'조차 발길이 끊겼다. 매출이 크게 줄어 타격이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예천 상설시장 안일수 상인회장은 "세월호 사건이 전 국민의 마음과 전통시장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동 구시장 찜닭골목도 주말과 휴일이면 발 디딜 틈 없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곳 상인들은 "외지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인 찜닭골목이 세월호 참사 여파로 썰렁해졌다. 지난겨울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의 어려움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이달 중순부터 단체예약도 취소됐고 예약문의도 크게 줄고 있다"고 했다.
포항 죽도 어시장을 비롯한 지역 횟집들도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죽도시장 횟집 상인들은 "4~5월은 나들이 손님이 많은 대목 중의 대목인데, 참사 이후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30인 이상 단체 손님 예약이 대부분 취소돼 상인들이 느끼는 매출 감소는 더하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죽도시장 한 건어물 상인은 "평소에는 외지 손님들이 회를 먹고 난 뒤 가자미, 피데기 등 건어물을 사러와 한 사람이 최소 3만~5만원 어치는 사가는데 최근 주말과 휴일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허탈해했다.
상권이 얼어붙자 '비상대책 마련'에 나서는 지자체도 생겨나고 있다. 봉화군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최근 군청 구내식당 문을 닫았다. 직원들이 모두 바깥 식당으로 나가 점심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엄재진 기자 2000jin@msnet.co.kr
권오석 기자 stone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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