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도지개

입력 2014-04-29 10:53:42

'일은 할 탓이고 도지개는 맬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일을 잘하고 못함은 자기가 하기 나름임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여기서 도지개는 굽은 나무나 뒤틀린 활을 바로 잡는 틀인데 한자 용어로 '은괄'(隱括)이라고 한다. 도지개 은(櫽)과 노송나무 괄(栝)자를 쓰기도 한다.

관통력이 탁월한 각궁을 만들 때 물소뿔이나 대나무를 쓴다. 탄력이 좋아 활 재료로는 제격이지만 잘 구부러지지 않아 모양을 만드는데는 무척 힘이 든다. 이때 괴목이나 참죽나무, 밤나무 등으로 바짝 고정하는 틀이 필요한데 바로 도지개다. 명주실로 도지개에 단단히 묶어 놓으면 활 형태가 제대로 잡히는데 그 성질이나 습관을 바꿀 때 쓰는 도구가 도지개다. 얌전히 있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꼬며 움직인다는 뜻의 '도지개를 틀다'는 말도 도지개의 쓰임새를 잘 말해준다.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과 친구,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산 단원고 남윤철'최혜정 교사와 학생 정차웅'최덕하 군,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김기웅'정현선 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탐욕과 이기심, 무사안일로 병들고 사회정의가 실종된 우리 사회에서 도지개 역할을 다한 사람들로 자기를 버림으로써 의를 실천한 의인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을 때의 삶'을 쓴 랍비 얼 그롤먼은 '반려자의 죽음은 당신의 현재를 버려야 하는 날카로운 고통이고, 부모의 죽음은 과거를 땅속에 묻는 깊고 기나긴 아픔이며, 사랑하는 아이의 죽음은 미래를 땅속에 묻는 측량할 수 없는 아픔'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에서 배울 것은 단지 슬픔과 고통의 눈물만이 아니다. 바른 삶이야말로 죽음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교훈이다.

공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근심이 있다'고 했다. '무지하다면 근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알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근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배우고서 실천하지 못한다면 근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弗知 可無憂與, 知而不學 可無憂與, 學而不行 可無憂與). 이 가르침이 비단 군자에게만 해당하는 일인가. 세월호 비극을 지켜보면서 누구랄 것 없이 우리 모두가 제 허물을 단단히 잡아줄 도지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추한 민낯을 고스란히 되비춰주고 바로잡아주는 도지개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