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한차례 트레킹 진행
'부자간 정(情)도 쌓고, 대구 역사도 익히자.'
대구 대건고등학교가 수년째 가족과 고향 사랑을 고취시키는 이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화제다.
대건고의 '부자동행(父子同行) 대구 둘레길 걷기'는 재학생과 그들의 아버지가 대구의 경계 지역을 여러 차례 함께 걸으며 대구의 문화와 역사, 지리, 생태 등을 배우고 부자간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시작, 올해 세 번째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달 19일에는 아버지와 아들로 구성된 3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올해 첫 '부자동행 대구 둘레길 걷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들은 첫 행사에 앞서 16일 발대식에 참가한 뒤 달서소방서 소속 소방관으로부터 응급처치법도 배웠다.
비슬산 마비정 누리길을 걸은 것이 첫 일정. 마비정 마을은 1970, 80년대 생활상을 담은 벽화로 유명한 곳이다. 담벼락에 벽화가 가득한 시골마을 초입 풍경은 참가자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어 삼필봉, 장단이재, 용문사 계곡, 화원휴양림을 거치며 자연경관을 즐겼다. 일행을 이끈 대건고 이대희 교사는 즉석에서 역사, 문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고 초청 강사로 함께한 이승연(계명대 생물학과 박사과정) 씨는 이날 접한 풀과 나무 등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 아들과 동행한 아버지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김경호(2학년) 군은 "1학년 때 신청 기간을 잊는 바람에 참가하지 못해 1년여 동안 기다린 끝에 참가하게 됐다"며 "산을 걸을 때 상쾌했고 아버지와 함께 땀 흘리는 것도 좋았다"고 했다. 권효정(1학년) 군은 "아버지와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야생화나 식물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은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김경호 군의 아버지 김기형 씨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학교 측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또 "아들이 고교 진학 후 같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시간이 정말 반가웠다"며 "경호가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마음도 같이 커가고 있다는 걸 느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박범규(1학년) 군의 아버지 박순택 씨는 "삼필봉에서 낙동강과 화원유원지를 내려다보면서 관련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게 새로웠고 산행을 할 때 넘어질까 걱정하고 손을 잡아주면서 아들과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며 "산행을 잘 이끌어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건고는 앞으로도 매달 1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비슬산 삼국유사길, 앞산자락길, 팔공산 왕건길과 환초(환성산~초례봉) 둘레길, 하빈'강정보 녹색길, 대구근대골목길 등 6차례 더 부자가 함께 길을 걷는다.
대건고 이두영 교장은 "최근 자연을 벗 삼아 느리게 걷는 트레킹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트레킹에다 대구의 자연과 환경, 문화, 생태, 역사 체험 활동을 접목한 것"이라며 "참가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고 자란 내 고장 대구에 대한 애향심을 기르고 바쁜 일상 속에 소원해진 부자 관계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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