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가라앉은 어린이날…지지체 행사 취소

입력 2014-04-28 10:12:32

보육원 등 어린이들 상실감 호소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26일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26일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열린 '달구벌 연등회 법요식 및 세월호 실종자 무사생환 및 희생자 추모법회'서 2만여명의 대구지역 불자와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하늘로 풍등을 띄우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이번 어린이날은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의 어린이날 행사가 거의 취소되면서 어느 때보다 조용한 날이 될 것 같다.

어린이날 행사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린이들은 즐길 곳이 없어 우울해하고 있으며, 부모들은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이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다.

부모들은 소풍이나 운동회 등 학교 행사가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어린이날 행사마저 취소돼 자녀들에게 어떤 추억거리를 만들어줘야 할지 막막하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황모(43'여) 씨는 "5월에는 어버이날, 결혼식 등으로 돈 쓸 일이 많은데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무료 행사마저 취소돼 놀이공원, 패밀리레스토랑 등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때문에 벌써 가계 부담이 걱정이다"고 했다. 영양에 사는 조모(34) 씨는 "지난해까지 군청이 어린이날 때 대구의 대학생들을 초청해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솜사탕 만들기 같은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이날만 기다렸다"며 "중소도시에서는 아이들이 이런 체험을 할 기회가 어린이날뿐인데 취소돼 많이 아쉽다"고 했다.

연중행사 중 어린이날이 가장 중요한 보육원에 있는 어린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 크다. 대구의 한 보육원 관계자는 "이곳 아이들은 연극을 함께 보거나 놀이기구를 타고 보물찾기 같은 행사를 경험할 기회가 잘 없어 어린이날만 기다린다. 참사 이후 가족 단위의 봉사자들도 줄어들어 5월을 준비하기가 버겁다"고 했다.

올 어린이날에는 떠들썩한 잔치가 사라졌다. 지자체 주최 행사는 물론 기업이나 놀이공원의 행사도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매일신문사와 대구시, 대구시교육청이 매년 두류야구장에서 개최한 '제37회 어린이 큰잔치'가 열리지 않고, 대구시가 어린이회관에서 매년 열었던 '2014 어린이날 큰잔치'도 취소됐다. 또 경북 예천군과 영양군, 의성군이 각각 열었던 어린이날 행사를 모두 취소됐다.

대구의 기업들이 주최하는 어린이날 행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백화점이 '골든벨 퀴즈대회'를, 대구은행이 '대은 가족 어린이날 큰잔치'를 각각 취소했다. 이월드는 어린이날 당일 행사는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진행하지만,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월드 관계자는 "1년 중 고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행사를 전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어려워 예년보다 규모를 대폭 축소해 진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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