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속에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양국 정상회담은 차분한 애도분위기 속에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북핵 불용 등 안보문제와 한미 FTA 이행 등 한미 양국 간 관심사를 조율했다.
특히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 이어 26일 한미연합사 창설이래 처음으로 한미연합사를 함께 방문한 것은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핵위협에 나서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한 대북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도 "만약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이것은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며 "주변 국가에 핵과 관련된 군비경쟁이 불붙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등 동북아 지역에서의 핵개발 도미노를 막을 수 없다며 미국은 물론 중국도 북핵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와 더불어 양국 정상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연기에 합의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목할만한 성과라는 지적이다.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시기에 대해 우리 쪽은 그동안 북한의 핵위협이 증대하는 등 동북아의 안보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며 전작권 전환 시기 재연기를 요구해왔고 이번 재연기 합의는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양국이 한국이 독자적으로 구축기로 한 탄도미사일 방어체제(KMAD)를 미국이 주도하는 미'일 미사일방어체제와 연동될 수 있도록 상호 운용성 개선에 합의한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측이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던 한미FTA 이행 문제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실익이 크지 않다는 미국의 주장에도 '원산지 인정 문제'에 대해 양국이 실무협상을 통해 의견에 접근하는 등 크게 부딪치지는 않았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시장개방 확대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이 크게 양보하기보다는 TPP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예비협의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는 등 원론적인 입장 표명만 했다.
이와 더불어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갖기 직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먼저 제의하고 세월호가 침몰한 이달 16일 백악관에 게양한 성조기를 전달하는 등 '애도 모드'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도 "나도 두 딸을 가진 아버지이고 희생당한 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나이가 바로 우리 딸들의 나이"라면서 "미국 국민을 대신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정상회담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위로하고 나서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11 테러 후에 미국 국민이 모두 힘을 모아서 그 힘든 과정을 극복해냈듯이 한국 국민도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차분한 정상회담 분위기는 이어진 만찬에서도 이어졌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업무 만찬을 함께 했는데 국빈만찬이 아니라 업무 만찬을 가진 것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한제국의 국새였던 황제지보와 조선 왕실 인장 등 문화재 9점을 반환하는 행사도 가졌다.
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누구나 역사를 본다면 특히 한국의 위안부들에게 행해진 것은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라는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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