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입력 2014-04-26 08:00:00

세월호 참사는 사고발생에서부터 지금까지 어느 하나 인재(人災)가 아닌 것이 없다. 구조작업은 초창기부터 우왕좌왕하다 사고 즉시 구조된 174명을 제외하고 실종자로 분류됐던 302명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실종자 가운데 181명은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쯤이면 정부'여당'공직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고,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참 할 말이 많고, 하고 싶은 짓도 많은 모양이다. 공직자는 연일 헛발질이고, 곁다리의 망둥어까지 펄쩍거린다. 안전행정부 국장은 참사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다 사직했고, 목포해경의 간부는 "해경이 80명을 구했으면 잘한 것"이라고 하다 직위 해제됐다. 실종자 가족이 모인 곳에서 컵라면을 먹던 서남수 교육부장관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계란을 넣거나 끓여 먹은 것도 아닌데 국민 정서상 문제"라며 마치 농담하듯 변명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합성 사진을 근거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고 주장했고,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정부 비판에 대해 좌파의 정부 전복 작전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방송에서 "이번 사건이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며 "좋은 공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하면 정홍원 국무총리가 한옥 펜션에 묵었다거나, 부산 해운대구청과 경기 고양시청 공무원이 해외여행 간 것,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의 19살짜리 아들이 페이스북에 '국민이 미개하니 국가도 미개하다'고 쓴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중국 진(晉)의 도읍에 있는 산이 무너지자 대부 백종(伯宗)이 이를 수습하러 왕궁으로 가다 범상치 않은 촌부를 만났다. 그에게 수습책을 물었더니 촌부는 "나라는 산천을 잘 보존하는 일을 주관한다. 그래서 산이 무너지고 물이 마르면 임금은 좋은 음식을 들지 않고 화려한 옷도 입지 않으며, 꾸미지 않은 수레를 타고, 음악도 울리지 않고, 궁전 밖에 나가 지낸다…이렇게 하면 되는데 백종이 무슨 일을 하겠는가?"라고 했다.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天災)에도 삼가고 또 삼가는 게 위정자와 공직자의 일이다. 하물며 인재(人災)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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