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관이나 췌장 질환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느끼는 시민들을 위해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이달 19일 대한췌담도학회 이사장에 취임한 김호각(57)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던 각종 행사와 학회 활동이 지역에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3월이면 창립 20주년을 맞지만 지역 의료계에서 수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한췌담도학회는 대한의학회 산하 전국 규모의 의학학회로 국내에서 췌장과 담도 질환을 진료'연구하는 의사 7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이사장은 ERCP(내시경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가다. ERCP는 소화관 내시경 시술 중에 가장 까다롭고 합병증도 많다. 김 이사장은 이 수술을 연간 800~900례 이상 해낸다.
그는 "췌장암 환자들을 만나면 참 안타깝다"고 했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가 급성췌장염이나 황달로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세가 깊어진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수술 이후에는 1년가량 잘 지내다가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내시경이나 복부 초음파에도 잡히지 않아요. 통증도 거의 없고 증상을 가늠하기도 힘들죠. 이 때문에 수술이 가능한 발병 초기에 찾는 환자는 10%도 되지 않아요."
소화기 중에서도 담도와 췌장 분야는 젊은 의사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반면 시술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도 질환 환자 수는 여전하고 서구식 식생활의 영향으로 췌장암 환자가 늘고 있어 의료 인력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임상과 기초의 가교 역할을 할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많은 젊은 학회 회원들을 더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국내 췌담도 의료 수준은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의료급여가 진료에 충분히 반영이 되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담관을 넓히는 풍선의 크기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다르고 소화관에 삽입하는 스텐트(금속그물망)의 국내 기술 수준이 높은데도 보험급여 대상에 빠진 경우가 있다는 것. 김 이사장은 "급여보험팀을 활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적극적으로 논의하면서 환자들에게 더 많은 의료 급여 혜택이 돌아가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췌장과 담도 질환 치료가 워낙 어렵다 보니 시민들이 막연하게 불치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비록 완치가 되지 않더라도 수술을 받으면 1년가량 큰 증상 없이 지낼 수 있어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점들을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강의 자료 등 모델을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시민강좌에 나설 생각이다. 김 이사장은 "각 지역의 전문가를 잘 활용하여 췌장 담도 분야 환자의 서울 집중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지역 의료계도 발전하는 방안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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