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15일 현지 시각 9시 20분, 러시아 우랄산맥 부근 첼랴빈스크 주. 태양보다 더 밝은 빛이 동쪽 하늘에서 서쪽 하늘을 갈랐다. 빛의 정체는 초속 15㎞의 속도로 대기권을 뚫고 들어온 17m 크기의 소행성. 이 소행성은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하며 많은 운석우를 뿌렸다. 불꽃처럼 흩어진 이 운석우와 그 충격파로 1천200여 명이 다치고 3천여 채의 건물이 피해를 보았다. 이 소행성은 폭발 당시 500㏏의 에너지를 방출했다. 이 정도 폭발력이라면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33배에 달한다. 그나마 피해가 덜했던 것은 15~25㎞ 고도에서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소행성 강타 후 러시아 과학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정작 다른 이유였다. 첼랴빈스크 주 인근 베르들롭스크 주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었다. 만일 이 소행성이 발전소를 두드렸더라면 체르노빌 원전 폭발에 버금가는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 소행성이 대기권을 뚫고 들어와 엄청난 피해를 낼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일이 극히 드문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직 우주 항공사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 'B612 파운데이션'이 최근 도시 하나쯤 거뜬히 날릴 수 있는 소행성이 지구에 훨씬 많이 자주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구에는 약 100년마다 한 차례씩 대도시를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메가톤급 소행성이 충돌한다. 2000년에는 북태평양에 떨어졌고 2002년에는 지중해, 2004년에는 인도양, 2005년에는 남태평양에 떨어졌다.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것도 그 중 하나일 따름이다. 2000년 이후 1~600㏏의 폭발력을 가진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진 경우는 26번이나 됐다.
이뿐 아니다. 지구 주위 우주 공간엔 약 6천t에 이르는 우주쓰레기가 떠돌고 있다. 지름 10㎝ 이상의 우주쓰레기만 약 2만 2천 개로 추정된다. 소행성, 위성 등 우주 물체가 하루에 지구로 떨어지는 양은 100t에 달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우주 물체가 국내로 떨어질 때를 대비해 우주위험 대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우주사고에 대비한 매뉴얼도 만들고 우주위험 대책본부도 마련된다. 이쯤 되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한다는 기우(杞憂)가 더 이상 기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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