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기를 끌었던 책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중에서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서 똥을 누어보라"는 구절이 있었다. 많은 나라를 직접 발로 누벼보라는 이야기를 참 적나라하면서도 참신하게 표현했다고 무릎을 쳤었다. 이것을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에게 차용하자면 "가능한 한 많은 나라의 하늘을 누벼보라"고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파일럿들에게는 더 높이, 더 멀리 가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더 많은 환경에서 비행을 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꿈틀댄다. 주어진 자연에 순응해 그곳의 기상과 기류에 따라 비행을 할 수밖에 없는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에게 있어 새로운 활공장이란 즉 '새로운 도전'과도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분명 땅에서 보는 풍경과 하늘에서 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여행 역시 걸으며 혹은 차로 경치를 즐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에게는 일반인들은 접근하지 못할 하늘에서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조망하는 묘미가 있다.
곳곳이 산지로 이뤄진 우리나라에는 200여 곳에 달하는 활공장이 조성돼 있어 전국 곳곳을 누비며 비행을 즐길 수 있다. 포항 칠포해수욕장에서 이륙해 동해 풍경을 눈에 담을 수도 있고, 삼천포 각산 이륙장에서 날아올라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오밀조밀 펼쳐진 남해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동 형제봉 구제봉 이륙장을 이용하면 지리산과 섬진강을 감상할 수 있고, 단양에서 이륙해 하늘 높이 떠오르면 소백산 산줄기가 펼쳐져 보인다.
비단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패러글라이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비행을 즐길 수 있다. 그 중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3곳의 활공장이 터키 페티예에 있는 욜루데니즈와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즐기는 융프라우 비행, 그리고 네팔 포카라 사랑곶이다. 네팔 포카라는 2월이 가장 비행을 즐기기 좋은 시즌이다. 항상 일정한 바람이 불어와 이륙하기 좋고, 열기둥이 잘 형성돼 수많은 글라이더가 한꺼번에 비행을 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여기에 1천700m 이상 하늘로 떠오르면 눈 덮인 히말라야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물론 실력이 허락한다면 히말라야 능선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장거리 비행도 가능하다. 스위스 인터라켄 역시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의 비경을 즐길 수 있는 활공장이다. 착륙은 인터라켄 도시 한가운데 있는 넓은 풀밭 공원에 할 수 있어 내려오면서 오밀조밀한 전형적인 스위스 도시 인터라켄을 발밑에 밟아볼 수 있다. 또 터키 욜루데니즈는 바닷가에 위치한 해발 2천m에 육박하는 산에서 이륙해 부드러운 해풍을 타고 내려오면서 블루라군 등 지중해의 푸른 물빛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로맨틱한 패러글라이딩 명소다.
그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는 수많은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형성돼 있다. 유럽은 물론, 남미 브라질과 페루, 호주, 인도네시아 발리, 남아프리카까지 날개를 펼치고 누빌 수 있는 하늘은 못다 셀 정도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을 배우지 않아 이런 비경을 보지 못하니 원통할 따름인가? 앞서 언급한 터키와 스위스, 네팔은 전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2인승 체험비행(텐덤)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이라 일반인들도 여행 중 얼마든지 하늘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경과 단양, 제천 등을 비롯해 대구 인근에서도 텐덤 비행을 통해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더 많은 땅을 밟고, 똥을 누는 데만 의미를 뒀는가? 그렇다면 오늘부터 새로운 목표를 하나 세워보라. 더 많은 하늘을 누벼보겠다고. 여행의 묘미는 단순히 '방문'하는 데 있기보다는 무엇을 하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높고 푸른 하늘로 한 번 눈을 돌려보자.
조영근(빅버드패러글라이딩 스쿨장'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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