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확인 절차 간소화로 뒤늦게 'DNA 불일치' 통보
23일 오전 11시쯤 진도체육관 3번 입구 앞. 게시판을 보던 실종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어떡해. 우리 ○○인 것 같아." 남편은 아내의 말을 부정했다. "아냐. 우리 ○○는 반지랑 시계를 안 끼잖아." "그렇지만 다른 게 다 똑같잖아."
이 부부는 수습된 시신의 정보만으로는 자식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어 차로 30분 걸리는 팽목항으로 향했다.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은 인양된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선으로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23일 해양경찰 측은 진도체육관에서 가족들에게 "신상정보를 잘못 기재한 것은 전적으로 해경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해경이 시신에 대한 신상정보를 잘못 기재하면서 유족들이 시신을 찾아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서다.
해경은 시신을 수습하면 배 위에서 신상정보를 기록한 뒤, 이를 가족들에게 공지한다. 이 방식은 소수가 여러 시신을 확인하다 보니 오류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들은 해경이 전하는 정보를 믿지 못해 직접 시신을 찾아나서고 있다. 시신 인양 정보를 붙여둔 게시판 앞에서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벌써 몇 번이나 틀렸다. 이제는 다 믿을 수 없다"며 "틈틈이 게시판을 보면서 흉터나 다른 특징으로 우리 아이를 찾고 있다"고 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22일 "DNA 검사 때문에 희생자 시신이 유족들에게 늦게 인계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DNA 검사 확인서가 나오기 전이라도 시신 확인 절차를 간소화해 유족들이 시신을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신속성만을 추구하다 보니, 빈소를 꾸렸다가 뒤늦게 'DNA 불일치' 통보를 받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시신 확인 간소화 대책이 현장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도 했다. 23일 팽목항에서 만난 한 유족은 "확실한 내 자식인데도 검사하고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느냐"며 "그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정보 전달이 미흡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3일 오후 1시 30분쯤 학생 가족 중 한 명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체육관 앞쪽으로 왔다가 "학생 가족은 증명서가 없어도 된다"는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체육관에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의 절차가 적힌 '희생자 인도 관련 안내 사항'이 3곳 입구 가운데 1곳에만 게시된 탓에 이를 모르는 가족들이 많다.
문제는 앞으로다. 참사 초기에 수습된 시신은 얼굴 등 신체적 특징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일주일이 지나 수습되는 시신 중에는 부패 등으로 눈으로 특징을 분간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사고 초기에 비해 시신 정보를 더 상세하게 적고 있다. 가족들이 원하는 만큼 특징이 될 만한 부분은 상세하게 표기하도록 했다. 아직 연고를 찾지 못한 시신은 DNA 확인을 통해 끝까지 가족을 찾아 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진도에서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