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월(歲月)이라는 거대한 배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
이미 목적지에 다다른 사람도 있고
머나먼 낯선 꿈의 동산으로 향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모두 이 배에서 내려야만 한다
우리가 타고 가는 이 세월이라는 배는 끝없는 항해 중이며
제각각의 운명에 따라 내리는 지점도 다르다
항해 도중 험한 파도에 엄청난 시련을 겪기도 하지만
꽃동산에서 잠시 쉬다가도 간다
거대한 '세월(歲月)'호에 전부를 맡기고 가는 우리
지금 망망대해에 항해 중이다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야 일어나라
꿈을 싣고 떠난 배야
꽃다운 우리 아들, 딸을 태운 희망의 거선아 일어나
가던 뱃길 다시 가면서 잘못한 어른들 용서하고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한 그들을 꾸짖어서
다시 힘을 모아 올바른 세상 만들어
멋진 나라 이루도록, 일어나라 세월호야
깊고 시퍼런 바다 아래서 신음하는 세월호 안에는
삼백여 명의 우리 푸른 꿈들이 잠들고 있다
젊은이들이 청운의 꿈을 싣고 가던 길이니라
오호! 세월호여!
산산이 부서진 젊은이들의 꿈을 어쩌라고
그리 누워 말이 없느냐
대한민국이 울먹이고 온 세계가 애도하는 이 비극
부끄러운 이 나라, 어른들이 사죄하노니
정직하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잘사는 나라
귀한 인명사고가 없는 나라를 너희들이 만들어야지
어서 일어나
다시 힘차게 달리는 세월(歲月)호에 탑승하여
우리 함께 꿈을 이루고, 보다 나은 조국
껍데기만이 아니라 알맹이도 선진국으로 만들자꾸나
박철언/전 체육청소년부 장관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23일 매일신문에 '일어나라 세월호여'라는 시를 보내왔다. 박 전 장관은 "온 나라가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지만 '세월'이라는 긴 항해에 부침이 있듯이 그것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야 할 몫은 이제 살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모든 분야가 후진국 수준이다. 어느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성찰하고 반성하자는 뜻에서 이 시를 써보았다"고 했다. "그래야 잘못한 어른들을 용서하고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한 그들을 꾸짖어서 다시 힘을 모아 어린 새싹들이 만들고자 했던 올바른 세상, 멋진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은 3선 의원과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뒤 정계를 떠나 시작에 몰두해 순수문학을 통해 1995년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순수문학 작가상과 서포문학상 대상, 세계문학 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2004년 첫 시집 '작은 등불 하나'를 낸 데 이어 2011년 두 번째 시집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를 출간했다. 지난 3월에는 세 번째 시집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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