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네팔 의료봉사활동에 대한 단상

입력 2014-04-23 07:40:26

대구의 보건의료 5개 단체(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로 구성된 '메디시티 대구 해외의료봉사단'의 일원으로 3월 28일부터 4월 4일까지 네팔 카트만두, 듀리켈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제까지 대구 지역의 해외 의료봉사활동은 각 단체별로 자체 실정에 따라 추진하여 왔으나, 이번에 '메디시티 대구'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자 사단법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의 주관하에 5개 단체가 합동으로 '메디시티 대구 해외의료봉사단'을 조직해 봉사 활동을 펼쳤다.

봉사단 회원 45명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소재 메디컬센터 및 빈민촌 지역, 듀리켈 초등학교 임시 진료소 등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듀리켈 풀바리 지역에선 진료 시설이 없어 의료 혜택을 볼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시설 보수비, 비품비 등을 지원했다. '풀바리 메디시티 대구 보건진료소'를 열고 앞으로 3년간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한방과 등이 진료에 참여했고, 간호사회는 위생교육을, 약사회는 사전 약품 준비와 현지 처방에 의한 약품 조제를 실시했다.

네팔은 면적이 한반도의 66.5%로 중국과 인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1인당 GDP는 약 600달러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경제적 빈곤과 의료보험제도의 부재는 가난한 서민들의 병원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병원은 의료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시설은 낙후되어 있고 부족한 병상으로 인해 병동 바닥에 환자를 눕혀 놓고 진료하는 경우도 흔하다.

봉사활동 첫날부터 1천5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둘째 날에는 너무 많은 환자 때문에 접수와 안내에 애를 먹었다. 총 진료 인원이 4천571명에 이를 정도였다. 힘들었지만 봉사활동이 내실 있게 이뤄지고 있어 뿌듯했다. 하지만 열악한 전력 사정으로 정전이 자주 되다 보니 작동되던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일이 잦았다. 5층 임시 진료소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오후 진료 시간 마감까지도 끝없이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혹시 과로로 쓰러지는 단원은 없을까 걱정도 됐다. 대구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빛을 발한 일도 있었다. 네팔 입국 시에 세관에서 의약품 상자에서 포장된 약들을 꺼내 흔들면서 관원들끼리 상의하는 모습을 보고 혹시 압수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는데, 대구시가 대사관 등과 공식적인 협조관계를 맺었기에 무사히 통관이 됐다. 약 4천 명분의 의약품과 치과 진료 기구 등 많은 양의 화물들도 대구시 당국자의 도움으로 큰 비용 지출 없이 항공편으로 운송할 수 있었다.

인도에서도 수많은 길거리 걸인들과 어려운 환경의 환자들을 보고 네팔 도착 후에도 같은 모습을 자주 봐서 감정이 무뎌진 줄 알았으나, 직접 눈앞에서 환자의 아픈 팔다리를 만지고 거친 호흡을 피부로 느끼고 고통을 호소하는 물기 어린 눈을 보면서 어느새 먹먹한 감정이 차올랐다.

이런 살가운 진료를 위해서 나중에 다시 네팔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단체 소속의 많은 인원이 진료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 모임과 이해관계의 조정, 전문가적인 설계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봉사활동 진행을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중소병원급 이상에서의 원무 행정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짧은 봉사활동으로 그분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았었는데 이번에 풀바리 지역에 진료소를 개설해 위안이 됐다. 마지막으로 당시 현지 봉사활동 여건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안타까웠던 양쪽 고막을 다친 소년과 무릎 슬개골 수술이 꼭 필요한 남성 환자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종서/메디시티 대구 해외의료봉사단장·대구시 의사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