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영양실조로 폐결핵 걸린 박민하 씨

입력 2014-04-23 07:55:51

"병실 누워 있어도 동생들·아버지 걱정뿐"

박민하 씨의 몸무게는 39㎏에 불과하다. 폐결핵, A형간염, 베체트병 등 각종 병을 앓고 있다. 병원에 누워 있지만 집에 있는 아버지와 동생들 걱정뿐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박민하 씨의 몸무게는 39㎏에 불과하다. 폐결핵, A형간염, 베체트병 등 각종 병을 앓고 있다. 병원에 누워 있지만 집에 있는 아버지와 동생들 걱정뿐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병원에 누워 있어도 아버지와 동생들이 걱정돼요."

박민하(21'여) 씨는 169㎝의 키에 몸무게가 39㎏에 불과하다. 바싹 말라버린 몸을 보면 건강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체력저하와 영양실조로 인해 폐결핵, A형간염, 베체트병 등 각종 병에 걸렸다. 병원에 누워 있어도 집에 있는 아버지와 동생들 걱정뿐이다. 다섯 가족이 자신 없이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걸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 하지만 쇠약해진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다섯 남매와 아버지

민하 씨는 다섯 남매 중 첫째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민하 씨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이미 두 아들이 있는 아버지가 민하 씨의 어머니와 두 번째로 결혼하면서 민하 씨가 태어났고, 어머니는 민하 씨가 초등학교 2학년 때, 100일 된 막냇동생을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엄마가 다른 두 오빠가 있었지만 자신들의 삶을 사느라 바빴고, 어머니가 떠난 후 아버지는 변변한 직장도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며 민하 씨 다섯 남매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 집은 엉망이 돼갔다. 밥을 제대로 챙겨 먹기는커녕 청소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집은 쓰레기장이 됐다.

"당시 성당에서 도움을 주러 온 선생님이 보시고는 경악을 하셨죠. 바퀴벌레가 곳곳에서 나오고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니까요."

아버지의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71만원으로 여섯 가족이 생활해야 했지만, 다섯 남매의 우애는 남달랐다. 먹을 것이 없어 라면을 끓여 먹어도 언니와 동생이 서로 먹어라며 챙겼다. 민하 씨 가족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남매들을 보호시설로 보내려고 했지만 제각기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단박에 거절했다.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떨어져서 살 수 없었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함께 살아야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몸을 챙기지 않고 가족만 돌봐

민하 씨 남매가 심각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고, 가까스로 임대아파트를 구해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민하 씨가 중학생일 때부터 임대아파트에서 생활했고 30만원 남짓한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여섯 가족은 4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굶는 날도 많았죠. 동생들이 워낙 착하고 잘 따라줘서 얼른 졸업해 돈을 벌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민하 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충북 천안에 있는 한 반도체 공장 생산직 일자리를 구했다. 야근에 주말까지 일을 해가며 18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으면 대부분 집으로 보냈다. 가족의 먹을거리도 사고 동생들의 차비와 학교 준비물 값으로 써야 했다. 180만원으로 여섯 가족이 지내려면 부족했지만 민하 씨는 알뜰살뜰 아껴가며 돈을 모았다.

"예쁜 옷도 사입고 싶고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는데 동생들이 눈에 밟혀 돈을 쓸 수가 없더라고요."

2년 남짓 공장에서 일하며 가장 노릇을 한 민하 씨는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았다. 살이 점점 빠지고 기운이 없어지더니 지난해 11월에는 갑자기 쓰러져 결국 일을 그만두고 대구로 돌아왔다.

◆동생들 걱정뿐

대구 집으로 돌아와 쉬었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기운이 없어 움직일 수도 없고 입 안과 입술이 헐어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혼자서 움직일 수조차 없어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민하 씨는 이미 심각한 상태였다. 급성 A형 간염, 폐결핵, 베체트병 등 7, 8가지 병으로 몸무게가 39㎏밖에 나가지 않았다. 입 안이 짓물러 호흡조차 어려워 산소호흡기를 달고 생활해야 할 정도였다. 민하 씨의 병은 영양실조로 인해 유발된 것들이었다. 영양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에서 공장일을 해왔고, 결국 21살 민하 씨의 몸이 다 망가져 버린 것이다.

그런 상태에도 민하 씨가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은 병원비 때문이다.

"월급도 끊기고 한 달에 70만원으로 여섯 식구가 살아야 하는데 병원비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하루에 40~50알의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민하 씨의 걱정은 여전히 동생들이다. 둘째 남동생은 얼마 전 군대에 갔고 고등학교 2학년생인 셋째 여동생이 넷째 여동생과 6학년 막내 남동생을 돌보고 있다. 통신비를 내지 못해 집전화도 휴대전화도 모두 끊긴 상태라 연락을 취하기조차 쉽지 않다. 다행히 민하 씨만큼 착하고 책임감 강한 셋째 여동생이 나머지 동생들을 잘 돌보고 있다.

민하 씨의 손목에는 'My Heart beats for my family'라는 문구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내 심장은 가족들을 위해 뛴다'는 의미의 문신을 새겨넣어 힘들 때마다 보고 다시 힘을 낸다.

민하 씨의 꿈은 병원에서 나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벌어 동생들을 대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비, 생활비 등 민하 씨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너무 많다.

"힘들다고 생각 안 해요. 동생들이 바르게 자라주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해요. 내가 아파서 오히려 동생들에게 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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