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방송을 보면서 황당한 상상을 했다. 영화 '어벤져스'에 나오는 아이언맨, 헐크, 토르 같은 슈퍼영웅들이 배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이다. 현재 극장에서는 '캡틴아메리카'가 상영되고 있고, 얼마 전 서울에서 '어벤져스' 속편 촬영을 한 적이 있어서다. 영화의 슈퍼영웅들에 비해 현실의 인간들은 약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가 열망하는 슈퍼영웅은 존재하고 있었다. 세월호 승무원 중 승객을 탈출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말단 직원 박지영(22) 씨였다. 박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애쓰다가 숨졌다.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던져주면서 정작 본인 것은 챙기지도 못했다. 그는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가난한 집안의 휴학생이었다고 한다.
박 씨가 승객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동안 선장은 혼자 탈출했다. 고등학생 300여 명이 타고 있는 배를 놔두고서 말이다. 혼자 탈출한 선장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월호 선장처럼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넘쳐나고 있다.
지난 2월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검찰은 최근 사고와 관련해 체육관 관리업체 임직원, 설계'시공'감리 담당자 등 21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붕괴 원인이 설계'시공'감리 부실과 체육관 유지'관리 부실이라고 밝혔다. 낮은 강도의 재료를 사용한데다 폭설로 많은 눈이 쌓였지만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붕괴된 것이다. 관리자와 설계'시공'감리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리조트 직원들이 눈을 제때 치우고 부실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부모의 역할을 망각한 무책임한 부모도 많다. 20대 아버지는 게임을 하러 PC방에 가야 하는데 잠을 자지 않고 보챘다고 두 살배기 아들을 죽였다. 아들을 죽인 뒤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24일 동안 집안에 방치했다. 시신을 내다버리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가책이 없었다고 한다.
칠곡군 자신의 집에서 딸을 주먹 등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계모와 3년을 선고받은 친부는 최근 법원에 항소했다.
우리 사회는 사고'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예고된 참사', '인재(人災)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진도 여객선 사고로 사회 전체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 대책 마련도 쏟아질 것이다. 사고 난 배에서 승객보다 먼저 탈출해 사상자를 내는 선원을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한다고 한다.
슈퍼영웅 영화인 '스파이더맨'에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한국은 고도의 압축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압축성장으로 얻은 '큰 힘'에만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안전이라는 큰 책임'에는 무관심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책임자가 직무유기를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주와 선장, 승무원 등을 엄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는 부모, 승객을 내팽개치는 선장 같은 무책임한 사람을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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