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골라 붙인 우리집 가훈, 내가 안지킬 수 없지요
17일 찾은 대구 신흥초등학교 5학년 4반 교실. 대구경북언론클럽 부설 대경뿌리학교 소속 강사인 김세태 씨가 4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훈에 대해 한창 설명하고 있었다. 이 수업은 신흥초교가 대경뿌리학교와 연계해 진행한 '청소년 자아 존중감 향상을 위한 뿌리 튼튼 교실' 프로그램 중 하나.
"교훈이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라면 가훈은 가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입니다. 나눠준 자료에서 다들 가장 마음에 드는 가훈을 하나씩 골라볼까요?"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신중하게 가훈을 하나씩 골랐다. 장민주 양은 "어른들은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라 하셨다"며 '건강은 우리의 최대 재산이다'를 선택했다. 이후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훈 등에 대해 배웠다. 그 사이 교실 뒤편에선 김정자 강사가 붓을 잡고 화선지에다 학생들이 선택한 가훈을 하나하나 적었고,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대구 신흥초교가 대경뿌리학교와 힘을 모아 진행한 이색 인성 교육이 화제다.
대경뿌리학교는 지난해 문을 연 인성교육 전문기관으로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뿌리 교육을 시행하는 곳이다. 은퇴한 교사와 언론인이 이곳 강사로 활동 중이다.
신흥초교가 대경뿌리학교와 연계해 5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3일 과정. 17, 18일 5개 학급당 1시간씩 ▷성씨와 이름 ▷시조와 가계 ▷가훈 만들기 ▷반듯한 몸가짐 등에 대한 수업을 운영했다. 24일에는 비석치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전래놀이 체험이 예정돼 있다.
'시조와 가계', '성씨와 이름' 수업을 들은 5학년 1반 박경연 양은 "가계도와 함께 친'인척을 어떻게 부르는지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한자가 좀 어려웠지만 강사 선생님이 쉽게 설명해주셔서 재미있게 들었다"고 했다.
신흥초교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금세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교풍(校風) 덕분이다. 신흥초교는 학교 안에 자리한 예절체험센터에서 전통 예절, 글로벌 예절 등 두 가지 과정으로 나눠 예절을 가르친다. 학년별로 집중적으로 익힐 운동 종목, 연주할 악기를 정해 지도하는 등 예체능 교육을 강조한 덕분에 지난해 교육부가 인성교육 우수 사례로 신흥초교를 꼽기도 했다.
신흥초교 윤종열 교장은 "교사들이 대경뿌리학교의 프로그램에 대해 좋게 평가해 도입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자신의 뿌리를 자각하고 더욱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대경뿌리학교는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하거나 방과 후 학교에서 이 과정을 선택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인성교육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경뿌리학교 류우하 교장은 "인성교육이 더는 시간 때우기, 보여주기식 교육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선조의 지혜와 정신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바른 인성을 갖추면 학교폭력, 왕따 등 청소년 문제도 숙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경뿌리학교의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는 053)754-8181.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