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연했던 대구의 휴일…술집·쇼핑몰 손님 1/3로 줄어

입력 2014-04-21 10:29:26

외출 자제, 가족과 특보 시청…"프로야구 채널이라니" 항의도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후 첫 번째 휴일을 맞아 대구시내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20일 오후 수성구 중동교 인근 신천둔치에서 대구불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실종자 무사귀환 및 희생자 추모법회' 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명복과 차디찬 바닷속에 갇힌 실종자들의 생환을 간절히 염원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로 대구의 주말과 휴일은 숙연했다. 진도에서 들려오는 슬픔과 안타까움은 도심 전체에 짙게 깔렸다.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는 손님이 크게 줄었고 삼삼오오 모인 술자리도 차분했다. 번화가나 쇼핑몰 등도 시끌벅적한 음악은 사라졌고 행인의 발길이 줄어 썰렁했다.

19일 오후 4시 대구 동구의 한 아울렛쇼핑몰은 평소 주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신나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던 매장 스피커는 조용한 음악을 내보냈고, 쇼핑객도 많이 줄었다. 의류매장 직원 김아현(23'여) 씨는 "쇼핑하는 사람들이 평소 주말의 3분의 1도 안 되는 것 같다. 쇼핑몰 전체가 활기를 잃은 것처럼 조용한 편이다"고 했다.

대학가 노래방도 손님이 절반가량 줄었다. 경북대 북문 인근 한 노래방 사장 이화석(41'여) 씨는 "요즘 시험기간인 점을 고려해도 금요일 밤에는 족히 30팀은 왔는데, 이번 주말 저녁에는 10팀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술집도 사정은 비슷하다. 달서구의 한 주점 사장은 "손님이 평소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고 했다. 술자리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19일 오후 8시 대구 수성구의 한 음식점. 10여 명의 단체 손님이 TV 뉴스 특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회사원 손모(27) 씨는 "평소 같으면 게임을 하거나 일 얘기로 떠들썩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회사에서부터 이어져 온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얘기가 술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구의 한 막창집 주인 최경찬(44) 씨는 "프로야구 중계채널을 틀어놓으니까 손님들이 진도 여객선 침몰과 관련한 TV 특보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더라"며 "상당수 손님은 구조 작업 과정이 답답하다거나 수습은 언제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고 했다. 중구의 한 술집 직원 김모(36) 씨는 "주말이면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사를 외치거나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축하노래를 부르는 손님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 주는 그런 모습을 통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카페나 음식점의 라이브 공연에도 신나는 곡 대신 잔잔한 노래가 주류를 이뤘다. 중구의 한 음식점 매니저 전기훈(23) 씨는 "평소 공연하러 오는 밴드들은 버스커버스커나 십센치(10㎝)의 밝은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이번 주에는 그런 노래를 피하고 있다. 손님들도 잔잔하고 조용한 노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진도 여객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거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내 칠서휴게소에서 트로트 음반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최근 시끄러운 트로트 음악을 껐다. 대신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을 기원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직장인 김모(60) 씨 가족은 며칠 전부터 진도 여객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묵념을 한 다음 식사를 하고 있다. 그는 "종교는 없지만 생존자들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 기자'김봄이 기자'홍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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