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손갤러리는 영국 출신 여류작가 로라 랑케스터 개인전을 다음 달 18일까지 개최한다.
영상 작가인 쌍둥이 언니와 함께 밴드를 결성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예술적 DNA를 타고 난 로라 랑케스터는 영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미술대학 재학 시절, 소버린 아트 프라이즈, 영국예술위원회 어워드, 존 무어 페인팅 프라이즈 등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을 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현재 로라 랑케스터는 영국 문화원 주최로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프라이빗 유토피아'에 최연소 작가로 참가하고 있다. '프라이빗 유토피아'는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프레이시 에민, 사라 루카스, 피터 도이그, 게리 흄 등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작품을 출품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작은 회고전 형태로 꾸며진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의 주요 작품 70여 점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로라 랑케스터 작품이 주는 첫인상은 어둡다. 두텁게 바른 물감은 더욱 작품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이는 로라 랑케스터 작품이 기억과 상실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중요성을 상실한 채 버려진 순간의 덧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작품 이미지를 어둡게 연출했다는 것.
로라 랑케스터는 버려진 사진첩 또는 바자회, 벼룩시장, 인터넷, 경매 등에서 수집한 슬라이드, 폴로라이드, 스냅 사진에 담겨 있는 이미지를 갖고 작업한다. 그녀가 낯선 사람의 이미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의 삶을 재해석하기 위해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사용하면 주관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낯선 인물들은 작가에 의해 원래의 특정 상황과 시간에서 분리된 뒤 캔버스 위에서 전혀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로 재탄생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연출한 우리가 본듯한 익숙한 장소에 각기 다른 사진 속 인물들을 재배치한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은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마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로라 랑케스터는 타인의 삶을 화폭에 재구성했지만 자신의 해석을 관람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석의 여지를 관람객들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이를 위해 그녀는 의도적으로 인물의 형태를 지운다. 뚜렷한 형태는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흩뜨려 놓은 표현방법은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는 먼 기억을 시각화하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관람객들은 추상화와 구상화의 경계 선상에 있는 작품을 통해 기억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게 된다. 이에 대해 로라 랑케스터는 "내 작품은 기록물이 아니다. 작가가 제시하는 틀에 맞추어 관람객들이 해석을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사람마다 삶의 형태가 다르듯 작품에 대한 해석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나는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작품과 관람객의 관계를 더 중요시 여긴다"고 말했다.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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