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 주연 윤승아

입력 2014-04-17 14:11:31

"귀여움보다 이젠 여자이고파 색다른 캐릭터에 몰두했죠"

"이제는 정말 여자로 보이고 싶어요."

배우 윤승아(31)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안 외모 때문인지 반말을 듣기 일쑤였고 하대 받았다는 그는 특히 "귀여운 이미지도 좋지만 이제는 여자로 보이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윤승아가 선택한 작품은 17일 개봉한 영화 '이쁜 것들이 되어라'(감독 한승훈)이다. 스스로 삶의 목표를 세워본 적도 없고, 그럴 의지도 없는 '찌질남' 정도(정겨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윤승아는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도를 흔드는 인물 경희를 연기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PA'카파)가 진행하는 장편 제작연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윤승아는 이 영화에서 비중은 작았지만 스크린에서 만난 자신의 캐릭터에 만족했다.

"그동안의 환경과는 다른 작업이었어요. 아카데미만의 색깔도 있어 좋았죠. 현장은 열악했다고 할 수 있거든요? 고시원에서 촬영할 때인데 차를 뒤에서 밀다가 한 스태프의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죠. 전 주로 스튜디오 등이 갖춰진 드라마에서 활동했는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연기하니 날 것의 느낌이랄까? 환경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말 행복한 느낌이었어요."(웃음)

극 중 윤승아의 첫 등장은 귀엽고 예쁜 모습이다. 극 중 정도와 만기(임현성)가 벤치에 앉아 있는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경희다. '윤승아는 이번에도 역시나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역할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쯤, 성큼성큼 정도에게 다가간 경희는 그의 팔을 꺾어 버린다. 머리채도 붙잡고 싸움을 한다. 털털한 아가씨의 등장이다.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윤승아의 색다른 캐릭터다. 본인도 즐거워한 눈치다.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제 모습과 가장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엄청나게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물론 이 영화 안에서 귀여워 보인다는 얘기도 있는데, 경희는 털털한 모습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하하하."

이런 윤승아의 모습을 관객에게 더 많이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그는 왜 비상업영화를 택했을까. "감독님들이 윤승아는 드라마 배우라고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비치는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죠. 막상 만나보면 아닌데 말이에요. 연기한 지 8년 정도 됐는데 솔직히 영화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밖에 못 해봤어요. 이번 영화로 다른 모습을 알아봐 주시면 감사하죠."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배우 윤승아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있는 갈림길과 같은 작품이다.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시기에 참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윤승아. 사실 낯을 많이 가렸던 그는 연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기를 시작한 윤승아는 활동을 해오며 "배우라는 직업이 멋지다는 걸 깨달았다"고 늦은 고백을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영화, 연극을 보면서 몸으로 조금씩 흡수한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생각해보고 열정도 더 많아진 것 같고요. 늦게 시작해서 몰랐는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스스로 더 많이 질책도 하고 다양한 시도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한 게 불과 2, 3년밖에 안 됐어요."

배우 류덕환도 윤승아를 자극했다. 류덕환이 4살이나 어리지만 절친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는 윤승아. "그 친구(류덕환)가 제 단점은 사람들이나 환경을 너무 피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소통해야만 제 생각과 연기 방향을 영화관계자들이 알지 않겠느냐고 했죠.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노력하는 중이에요."(웃음)

윤승아는 "솔직히 성향이 정말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예전에는 싸가지 없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을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그게 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나 자신을 알리는 게 내 직업이지 않나. 조금 더 표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하니 같은 매니지먼트(판타지오)에 소속된 배우 하정우와 김성균이 떠오른다. 두 배우 모두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하정우 같은 경우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 왔다.

"정우 오빠는 영화 '추격자' 이미지 때문에 당시에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무서워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영화 '러브픽션'에서 달달한 모습과 집착하는 모습을 잘 소화했잖아요. 성균 오빠는 처음 얼굴을 알린 게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였고, '이웃사람'에서는 잔인한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응답하라 1994'에서는 '포블리'였잖아요? 두 분을 보면 멋져요. 부럽기도 하고요. 특히 정우 오빠는 그림이나 연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니 정말 대단해요."

'이쁜 것들이 되어라'에서 호흡을 맞춘 정겨운도 같은 소속사 식구다. 윤승아는 "정말, 정말, 정말 편했다"고 한다. "동네 오빠 같았어요. 상대 남자배우라면 떨리는 느낌도 있고 해야 하는데 아니더라고요. 오빠도 마찬가지였고요. 최근 포스터 컷을 찍었는데 오빠가 '설레야 하는데 넌 너무 편하다'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도 마찬가지거든'이라고 응수했죠. 헤헤헤."

그는 차기작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영화 '살인의뢰'에서 김성균의 아내 역할로 호흡을 맞춘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에서 후반부 아내이자 엄마 역할로 나오긴 했는데, '살인의뢰'에서는 아내 역할이 더 많은 부을 차지할 예정이다. 그가 그토록 원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여자, 엄마로서의 모습이다. 윤승아는 귀여운 이미지도 포기하지 못하는지 "다양한 이미지가 공존하는 게 제일 좋다"고 미소지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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