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이야기] 부모와 자식 사이

입력 2014-04-17 14:18:03

엄마가 마흔세 살에 낳은 막냇동생 우상이가 2개월 동안의 신병 훈련을 잘 마치고 경기도 연천에 자대 배치를 받았다. 훈련생 수료식 전날 부모님은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둘째 동생집에서 하룻밤을 주무셨다. 다음 날 동생과 제부가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3시간 동안 차를 타고 동생을 만나러 가셨다.

입대할 때에는 웃으면서 보냈는데 2개월 동안 더 건강해진 아들을 보니 눈물이 났다는 엄마와, 훈련생 대표로 선서한 아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흐뭇해하시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는 출가한 딸, 사위와 술잔을 기울이며 감춰두었던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으셨다. 우리가 어릴 때, 겨울 밤 문 앞에 흩어져 있는 작은 신발을 보고 정신이 번쩍 나셨다고.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 교육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셨다고. 시골집 처마에 제비가 집을 지었는데 어미 제비가 물어다 준 벌레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어린 새끼 제비의 입들이 꼭 우리 같았다고 하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때 부모님의 나이가 되어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동생이 군부대 근처에 펜션을 미리 예약해 두었고, 그곳에서 준비해 간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단다. 참석 못 한 가족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사진을 전송해서 진행상황을 알려주었다.

막내아들을 다시 군으로 돌려보내고 부모님은 농사일이 바쁘다며 급히 다시 시골로 내려오셨다. 하룻밤 더 주무시고 내려가라는 둘째 동생의 부탁에도 아랑곳없이. 막내아들 덕분에 평생 처음으로 연천에도 가봤다며 웃으시는 부모님이다.

강원도에 눈이 많이 내려 제설작업을 하는 군인 모습이 뉴스에 나오면 동생이 생각나고 혹여 동생인가 자세히 보게 된다. 거리에서 군인을 만나면 다 내 동생처럼 반갑다.

"우상아, 건강하게 군 생활 잘하고 멋진 대한민국 군인이 되길 바란다."

김수연(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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